지난해 12월 22일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봉준 투쟁단이 남태령에 트랙터를 몰고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이 오는 25일 다시 남태령을 거쳐 헌법재판소로 향할 예정이다. /연합
지난해 12월 22일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봉준 투쟁단이 남태령에 트랙터를 몰고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이 오는 25일 다시 남태령을 거쳐 헌법재판소로 향할 예정이다. /연합

헌법재판소를 향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빨리 하라고 재촉하는 건 더불어민주당과 전국민주노조총연맹(민노총)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남태령에서 트랙터 시위를 벌였던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또한 헌재를 압박하고 있다.

전농은 또한 오는 25일에 맞춰 ‘트랙터 상경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지난해 12월 22~23일 남태령을 점거했던 ‘전봉준 투쟁단’을 주축으로 트랙터 20대, 1톤 트럭 50대를 동원해 남태령을 거쳐 헌법재판소까지 행진하겠다는 것이다.

권혁주 전농 사무총장은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인근에서 연 집회에서 "경칩을 지나 춘분까지 지나며 이제는 봄이다. 윤석열 파면과 내란 세력 청산을 위해 다시 힘을 내자"며 "트랙터로 다시 길을 열겠다"고 호언했다.

MBN이 전한 ‘전봉준 투쟁단’의 ‘서울 재진격 지침’을 보면, 전농 측은 25일 오후 2시 남태령에서 ‘윤석열 즉각 파면 결의대회’를 진행한 뒤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광화문을 향해 행진할 예정이다. 이어 오후 7시부터 열리는 범시민 대행진에도 참가할 계획이다.

문제는 이 ‘범시민 대행진’이 헌법재판소를 향한다는 점이다. 20대의 트랙터와 50대의 1톤 트럭을 몰고 헌재 앞으로 가겠다는 건 이곳에 있는 수많은 탄핵반대 시민들을 위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탄핵반대 시민들은 한 달 이상 헌재 주변을 에워싸고 헌재를 압박하고 있다.

경찰은 일단 양측의 충돌 가능성을 우려해 전농 전봉준 투쟁단의 상경 집회를 불어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23일 전농 전봉주 투쟁단 상경 집회에 대해 "농민들의 도보 행진은 허락하지만 트랙터와 화물차 행진은 불허한다"는 행진제한 통고를 했다.

경찰은 "탄핵 찬반 양쪽 긴장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사람끼리 부딪히는 것도 우려할 사항인데 중장비까지 부딪히면 큰 사고가 벌어질 수 있다"며 행진제한 통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전농 측은 "평화적 행진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우기며 집행정지 신청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경찰이 보여온 태도를 보면 전농 측의 트랙터 시위를 완전히 차단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12월 22일 남태령 트랙터 시위 때도 경찰은 차벽으로 차단하다 28시간 만에 이들의 행진을 허용했고, 이들은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까지 행진했다.

즉 전농 트랙터 시위대가 농성을 시작하면 경찰은 또 헌재 앞까지 이들의 행진을 허용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탄핵반대 시민의 대응책은 올해 1월 초순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렸던 집회에서 찾을 수 있다. 바로 탄핵반대 시민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보낸 난방버스와 푸드 트럭이다.

트랙터는 중장비처럼 보이지만 건설용 장비와는 급이 다르다. 버스나 차량을 제거하기는 역부족이다. 지난 남태령 트랙터 시위에서 전농은 경찰 차벽을 밀어붙이지 못했다. 특수재물손괴에 해당해 처벌을 받는 것은 물론 배상까지 해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경찰 버스도 비싸지만 신형 전세버스 가격도 만만치 않다. 신형 관광버스 가격은 1억 8000만~2억 1000만 원으로 트랙터와 가격이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런 버스를 시위를 한답시고 훼손할 경우 물어야 할 민형사상 책임이 작지 않다.

즉 올해 1월 한남동 철야 집회 때처럼 탄핵반대 시민들을 위해 버스와 푸드 트럭을 헌재 주변에 대거 보내면 전농의 트랙터와 트럭은 헌재 근처에 오지도 못하고, 민주당과 민노총이 모이는 동십자각 인근에서 집회 시늉만 하고 철수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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