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일본 이사바 총리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열렸다. 국내 언론들은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지만, 대통령 탄핵 국면에 빠져 미국 정상과의 대화가 상당기간 이루어지지 못할 우리 입장에서는, 이번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담긴 안보 관련 메시지를 눈여겨봐야만 한다.
지난해 미국 대선이 진행되던 시절, 우리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경우 바이든 정부 때 공들여 구축한 핵협의그룹(NCG)과 한미일 3국 안보협력 체제가 물거품이 되고 다시 과거처럼 어정쩡하고 위험한 안보상황에 직면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김정은과의 개인적 친분을 과시하며 당선 시 금방 대화를 재개할 수 있다고 호언하는 트럼프 모습은 북한 비핵화 포기를 암시하는 신호로도 보였다. 수시로 세계 우방국이 미국을 이용하고 있다며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었기에, 주한미군 철수까지 언급하던 1기 정부 때의 악몽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걱정도 있었다.
선거일이 가까워지며 점차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캠프 쪽에 연결고리를 마련하는 등 우리의 희망을 전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12·3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했고, 트럼프 2기가 출범한 지금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글로벌 안보와 경제 상황에 대처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 되고 말았다. 정부 각 부서는 연일 미국과의 접촉이 살아있음을 보여주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이나 북핵에 대한 입장이 무엇인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안도할 수 있는 메시지는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답답함을 해소해 준 것이 바로 미일 정상회담이었다. 두 정상의 만남 후 작성된 공동성명의 첫머리는 안보에 관한 것이었다.
중요한 부분을 살펴보면 첫째, 가장 먼저 미일 안보조약의 이행을 확인한 것으로 일본 방위를 위한 미국의 약속을 언급했다. 중국과의 영토 분쟁이 있는 센가쿠(남중국해, 대만과 오키나와 사이 무인도 섬)에 대한 일본 입장을 옹호하며 이를 해치려는 외부의 어떤 시도도 반대한다고 했다. 그 수단으로 핵을 포함한 모든 능력을 활용할 것임을 천명했다. 미국의 대 중국 정책이 단호하며 강력한 것을 엿볼 수 있다.
둘째, 미국이 책임을 다하는 것에 부응해 일본도 자체 방위비를 증액을 언급했다. 트럼프 신정부가 추구하는 정책에 일본도 적극 부응한다는 것을 약속했다.
셋째, 일본의 방위역량 강화에 관한 것으로 일본이 평시부터 긴급 사태에 이르기까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할 것임을 언급했다. 이는 일본이 추구하는 자위대의 임무와 활동영역 확대를 미국도 지원한다는 점을 표현한 것이다.
넷째, 자위대와 미군의 지휘·통제 체계를 향상시키자고 했다. 바이든 정부에서 합의된 주일미군을 작전부대화 하는 것과 자위대와의 연합작전 체제 구축을 트럼프 정부에서도 추진한다고 못 박은 것이다. 이외 방산과 신기술 등 경제협력 등에 관해서도 여러 언급이 있었다.
이번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우리는 미국의 북한 비핵화정책이 변함없음을 확인하는 긍정적인 면이 있었지만,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강압정책이 더욱 강화될 것임을 분명히 알게 됐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는 많은 압박이 있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또한 미국과의 정상회담 추진이 요원한 지금 한국 입장에서는 그동안 구축해 온 한미일 3국 협력체제의 중요성과 이점을 다시 인식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난제가 쌓이고 있지만 이것을 풀어야 할 책임 역시 정부 당국자들에게 있다. 모든 공직자들은 국내 정치 탓을 하지 말고 지혜를 모아 이 난국을 타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