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發) 관세 폭탄이 쏟아지는 가운데 K-조선을 협력의 지렛대로 삼아 윈윈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모습.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자동차와 반도체, 의약품 등에 25% 이상의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정부와 관련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더구나 트럼프발(發) ‘관세 폭탄’의 발효 예정일이 당초 4월2일에서 한 달 안으로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지자, 정부와 관련업계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일 제2차 산업 정책 민관 협의회 회의를 열어 반도체, 자동차, 철강, 바이오, 조선 등 10대 주요 업종 협회 관계자들과 트럼프발(發) 관세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통상교섭본부도 이날 삼성, 현대 등 9개 민간 연구기관장과 ‘대미(對美) 통상 대응 전략 간담회’를 통해 머리를 맞대고 "대미 채널을 본격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와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줄곧 문제를 제기한 ‘비관세 장벽 완화’와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를 위해 미국산 LNG(액화천연가스) 수입 확대, 조선업 협력 강화 등을 한·미 협상 테이블에 올릴 계획이다.

20일 통상 당국과 관련업계는 관세 폭탄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미국이 요구하는 비관세 규제 완화와 투자 확대 등을 협상카드로 내세워 적극 대화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24개 국내 비관세 장벽 사안에 대해 규제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통상 당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수지 적자를 이번 관세 전쟁의 명분으로 내건 만큼 무역수지 균형을 맞추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현실 가능한 대안으로 LNG 수입 확대가 거론된다. 일본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전부터 미국산 LNG를 대거 수입해 대미 무역흑자 폭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미 무역 흑자국’ 이미지를 지우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 주도로 다시 드라이브가 걸린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대규모 투자 의사를 밝히며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었다.

우리 정부도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가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를 위한 현실적 대안이라는 점에서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한국은 세계 LNG 수입 3위 국가다. 지난해 LNG 수입액만 360억 달러(약 50조원)에 달한다. LNG와 원유 등 에너지 도입선을 미국으로 일부 돌리면 추가 비용없이 무역수지 균형을 맞출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강력한 협상카드는 미국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K-조선’의 협력 강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지난해 11월 7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미국 조선업이 한국의 도움과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 우리 선박 수출뿐만 아니라 유지·보수·정비(MRO)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한국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협력’을 강조한 만큼 양국의 조선산업 협력을 지렛대로 삼아 윈윈 전략을 세우면, 이번 관세 전쟁의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K-조선은 미국이 원하는 역량과 우방국 조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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