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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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수출의 양대 축인 반도체와 자동차에 25% 넘는 트럼프발(發) 관세 폭탄 부과가 현실화하고 있다. 한국 경제는 내수, 투자, 환율 등 대부분의 경제지표가 부진한 상황에서 수출이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데, 지난해 수출의 30%를 차지한 반도체·자동차 수출 차질이 빚어질 경우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이 우려된다. 씨티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 부품, 의약품, 반도체 등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 국내총생산(GDP)이 0.203%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 반도체와 의약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관세가 최소 25%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사저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자동차 관세를 어느 정도로 부과할 것이냐는 질문에 "난 아마 여러분에게 4월 2일에 이야기할 텐데 25% 정도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에 대한 질문에 "25%, 그리고 그 이상이 될 것이다. 관세는 1년에 걸쳐 훨씬 더 인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우리는 그들(기업들)에게 (미국에 투자하러) 들어올 시간을 주고 싶다. 그들이 미국으로 와서 여기에 공장을 세우면 관세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에게 약간의 기회를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는 관세를 4월 2일이나 발표 시점 이후 곧바로 부과하기보다는 관세 발효까지 일정 시간을 둬 기업들이 생산거점을 미국으로 옮길 수 있는 시간을 어느 정도 허용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들 일부가 연락해 왔다"며 "그들은 우리가 관세와 세금, 인센티브를 통해 경제적으로 하는 일 때문에 미국으로 돌아오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와 자동차 등과 관련된 기업들이 앞으로 수주 내로 미국 투자와 관련된 발표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으나, 대상 기업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블룸버그 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자동차·반도체에 대한 관세를 모든 국가에 적용할지,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인지에 대해 밝히지 않은 점을 짚었다.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에 따라 멕시코 등에서 생산된 차량이 예외를 인정받을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한국 반도체의 지난해 대미 수출 비중은 7.5%로 중국(32.8%), 홍콩(18.4%), 대만(15.2%), 베트남(12.7%)보다는 낮아도 관세의 영향을 피할 수는 없다. 업계 관계자도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반도체가 전체의 7% 수준으로, 여기에 25%의 관세가 부과되면 영향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대미 수출비중이 49.1%인 자동차는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0% 언저리의 관세를 예상했는데 25%가 현실화한다면 대응할 방법이 별로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산 화물자동차(픽업트럭) 관세 25%를 언급하면서 "이제 승용차도 상용차처럼 수출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아닐까 싶다"고 진단했다.

한편 지난해 한국의 연간 수출은 6838억 달러로 전년 보다 8.2%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도체는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역대 최대 실적인 1419억달러를 기록하며 전체 수출의 20% 이상을 책임지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자동차는 세계적인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속에서도 2년 연속 700억달러 이상을 달성하며 전체 수출의 10% 이상을 담당했다. 미국 수출 중 이들 두 품목의 비중이 35%에 이르고 있어, 반도체와 자동차에 대한 폭탄 관세 부과시 정부가 세운 올해 수출목표 7000억 달러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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