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선도하는 기업은 두 곳이다. 그 두 곳 모두 대한민국에 있다. 삼성과 LG다. 이 둘은 끊임없는 연구와 더욱 정교한 기술혁신을 통해 꾸준히 다음 세대를 위한 기술을 인도하고 있으며, 올해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 두 회사 모두 놀랍고 경이로운 제품을 선보여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 두 회사가 차세대 기술로 선보인 것이 바로 ‘투명 디스플레이’다. 두 회사의 같은 투명 디스플레이가 같은 기술을 사용했을까? 아니다. 삼성은 마이크로 LED, LG는 OLED를 활용해서 같지만 다른 결과물을 보여준 것이다. 아직은 일상에서 접하기는 어렵지만, 곧 우리 주변에서 점점 더 많이 만나게 될 미래의 기술, 투명 디스플레이를 소개한다.

삼성의 마이크로 LED

마이크로(Micro) LED는 디스플레이를 구현하는데 사용되는 아주 작은 LED 전구를 화면 위에 빼곡히 배열해서 만든 기술이다. LCD가 디스플레이 뒤에 백라이트라고 부르는 큰 조명을 달아놓고 화면 전체를 비추면서 그 앞에 있는 RGB(Red, Green, Blue) 색 필터로 걸러내 비추는 방식인 반면, 마이크로 LED는 그 자체로도 RGB 색을 발광하는 방식이라 백라이트가 필요 없다.

LCD 방식에 비해 수명도 길고 전력 소모량도 낮으며 색 표현도 더 정확하고 깊다는 많은 장점이 있다. 그러나 그 엄청난 양의 작은 LED를 촘촘하게 붙여야 하는 공정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어 양산화에 대한 연구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이 마이크로 LED에 투명이라는 개념을 더해서 나온 결과가 이번 삼성의 투명 디스플레이다. 디스플레이 뒤쪽이 그대로 투영되어 보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투명 마이크로 LED는 기존의 LED 소자(LED전구)를 투명한 유리나 투명 플라스틱 위에 붙이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화면을 켰을 때 화상이 나타나고 뒷배경도 어느 정도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유리나 투명 플라스틱 같은 기판을 활용하고, 전류가 흐르는 전극 부분도 ITO(투명하면서 전기가 통하는 물질)를 이용해 빛이 잘 통과하도록 한다. 마이크로 LED 자체도 크기가 작고 서로의 간격을 적절히 띄어주어야 화면 뒤쪽이 투명하게 보일 수 있어 단순한 배치 자체에도 엄청난 기술이 들어간다. 진정한 의미로 삼성 기술의 정점이라고 보면 된다.

주변 환경과 자연스럽게 섞이므로, 예를 들어 매장 쇼윈도에 적용하면 창문인지 화면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을 정도로 독특한 연출이 가능하다. 시야를 가리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정보나 이미지를 표시할 수 있어 자동차 유리창, 건물 외벽, 홍보용 전시시설 등에 매우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의 OLED

쉽게 설명하자면 얇은 종이 위에 ‘빛을 낼 수 있는 물질’을 발라둔다고 생각하면 된다. 여기에 전기를 흘려주면 곧바로 빛이 나면서 종이 한 장만큼 얇은 디스플레이가 이론적으로 가능해진다. 디스플레이를 구현하는데 사용되는 ‘유기물 발광 소자’를 얇게 코팅한 뒤, 그 위로 전류를 흘려 빛을 내는 방식으로 이해하면 된다.

일반 LED와 달리 유기물을 이용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인데, 마이크로 LED와 마찬가지로 백라이트가 필요 없고 화면 자체가 빛을 내는 구조라서 두께가 얇아지고 구부리기도 쉬워진다.

그렇다. 지금 당신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접이식 핸드폰 거기에 들어가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백라이트나 두꺼운 필터가 없으니 스마트폰, TV를 슬림하고 가볍게 만들 수 있다. 켜야 할 픽셀은 켜고 나머지는 꺼버릴 수 있어, 검은색 표현이 깊고 명암비와 색 대비가 뛰어나다.

특히 LCD에서는 액정의 크리스털들이 전환하는 시간이 미미하게라도 있어 화면 전환이 느려 잔상이 있는 반면 OLED는 응답속도가 빨라 잔상이 적다는 장점도 있다. OLED의 장점이자 단점은 위에서 말한 유기물에 있다. 특정 화면을 오래 켜두면 유기물이 점차 타버리면서 각자의 수명과 퍼포먼스가 달라져 화면에 그 잔상이 남아버리는 ‘번인 현상’이 최대 단점이다. 이 유기물은 습도나 산소에 비교적 민감해서 시간이 지날수록 빛이 약해지거나 수명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LCD나 무기물 기반의 마이크로 LED만큼 순간적으로 엄청난 밝기를 내는 데는 유기물의 수명 관리 프로세스 때문에 한계가 있다.

이 OLED에 투명이라는 개념을 더해보자면 투명한 기판, 주로 유리 위에 유기물을 얇게 코팅해 OLED를 만들고, 전극(전력공급장치)도 투명하게 처리해서 화면 뒤가 보이도록 만든 구조다. 이렇게 하면 화면이 꺼져 있을 땐 그냥 유리창처럼 보이고 필요한 부분에만 영상이 떠오르는 특별한 효과를 낼 수 있다.

투명 마이크로 LED 대 투명 OLED

둘 다 자체 발광 디스플레이며 결과물도 비슷해 보이지만 들어가는 재료와 만드는 방식이 크게 다르다.

마이크로 LED는 작은 LED 전구 자체가 박혀 있어 강한 빛을 내기에 화면이 매우 밝고 선명한 반면, 투명 OLED는 유기물이 빛을 내는 구조라 순간적인 최대 밝기가 마이크로 LED보다는 조금 낮을 수 있다. LG도 이 단점에 대한 연구를 하고 보완하며 이 차이를 점차 줄이며 극복하고 있다.

마이크로 LED는 무기물 기반이라 외부 환경에 강하고 수명이 긴 편이다. 열, 습기 등에도 비교적 잘 견디기 때문에 내구성이 뛰어난 반면, 투명 OLED는 유기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습기나 산소에 더 민감하며 장기간 사용 시 수명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을 거라고 예견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보호막 기술이 중요하게 연구되고 있다.

투명 마이크로 LED는 소자 크기가 워낙 작아서 수백만에서 수천만 개의 LED를 기판에 정밀하게 배치해야 하기 때문에 제조 공정이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이다. 이에 비해 투명 OLED는 비교적 확립된 제조 공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디스플레이를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 유기층과 전극층을 완전히 투명 처리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투명 마이크로 LED는 LED간 간격을 조정해 투명도를 상대적으로 쉽게 높일 수 있는 구조인데, LED 자체가 매우 작고 필요한 부분에만 빛을 내도록 설계할 수 있다. 반면 투명 OLED는 유기층, 전극층 등을 겹쳐놓은 구조라 모든 층을 투명하게 처리해야 하는 기술적 난이도가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혁신기술

두 기술 모두 현재로서는 고가의 혁신 기술이다. 특히 투명 마이크로 LED는 복잡한 공정 때문에 생산 단가가 엄청나게 높다. 투명 OLED도 여전히 비싸긴 하지만, 대형 디스플레이로 상용화된 사례가 더 많아서 투명 마이크로 LED보다는 상대적으로 확립된 시장을 가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투명 마이크로 LED는 밝기와 내구성 면에서는 강점이 있지만, 복잡한 제조 공정으로 인해 높은 가격과 대형화에 어려움이 있다. 투명 OLED는 얇고 가벼우며, 유연한 설계가 가능하지만, 유기물 특유의 한계로 인해 내구성과 밝기 면에서 보완이 필요하다.

이러한 투명 디스플레이들을 매장 쇼윈도나 전시관에 쓰면 보는 사람들의 이목을 확 사로잡으면서도 내부 인테리어나 제품이 자연스럽게 보이는 효과를 낼 수 있어 상업용 사이니지(Signage: 광고 홍보용 디스플레이)로서의 용도가 상당히 주목받고 있다. 투명 냉장고 문부터 자동차에 적용할 수 있는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상상을 펼치기 나름인 제품들이 가능해지는 시대가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