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의 엔비디아가 내놓은 코스모스

CES2025에서 엔비디아의 프로젝트를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한 화면. /엔비디아

2025년 1월 8일부터 11일까지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가 열렸다. 그중에서도 2시간이 넘는 엔비디아(NVIDIA) 발표가 전 세계 IT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발표에는 많은 내용들이 들어있었고, 왜 엔비디아가 IT업계 왕좌의 새로운 주인이 되었는지 제대로 입증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엔비디아는 가면 갈수록 테슬라와 경쟁 상대가 되고 있다. 과거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이 붙었던 ‘PC시대’와 구글과 애플이 붙었던 ‘모바일시대’를 넘어 ‘AI시대’는 엔비디아와 테슬라가 주역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기조연설을 지켜봤다.

코스모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가상세계

처음 인상 깊었던 것은 코스모스(Cosmos)라고 하는 물리적 AI(Physical AI)를 발전시키기 위한 기반 모델을 제시한 점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현실 세상을 전부 3D로 구현한다는 것이다. 현실보다 더 많은 것들을 많이 만들어낼 수 있고, 실험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실과 똑같은 이 가상세계에서는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 실험도 말이 안되는 프로젝트도 제한 없이 가능하다. SF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초현실적인 AI를 접목해서 여러 가지를 구현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로젝트 명도 코스모스 즉 우주라는 의미를 붙였다. 인간으로서 우주를 구현하겠다는 오만한 생각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GPU(그래픽 처리 장치)가 있어야 운영이 가능하다. 엔비디아는 원래부터 GPU를 만드는 회사였으니 자사의 가장 큰 장점을 드디어 제대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월드 모델 플랫폼을 제시한 것은 교과서에도 나와야 할 인류의 커다란 도약이다.

새로운 데이터 시대의 독재자

최근 일리야 수츠케버(챗GPT를 만든 오픈AI 공동 창립자)는 데이터가 모자라서 AI가 점차 발전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 바 있다. 이에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 ‘데이터는 모자라지 않고 합성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는 바로 위의 코스모스를 이용한 가상세계의 시뮬레이팅 데이터를 말하는 것이다.

이 코스모스를 로보틱스 관련된 기업 혹은 자동차 기업들이 활용하게 되면서 새로운 데이터를 공유하게 될 것이라는 요지다. 결국 틀만 잘 가꿔놓으면 구글이나 애플 같은 플랫폼 기업이 자동적으로 협력해 데이터 같은 문제들은 해결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이를 파고들면 무섭고 소름 돋는 현실을 마주할 수 있다. 현재 엔비디아의 GPU는 사실상 대체제가 없는 세계의 독점적인 위치에 있다. 그 GPU가 있어야만 자율주행이나 로보틱스 같은 기술이 접근 가능하다. 그러니 사용자들은 알면서도 데이터를 강제적으로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테슬라는 자체적으로 설계를 하고 있지만, 테슬라조차도 엔비디아의 다양한 GPU를 구매해 사용하고 있다. 그 외의 99% 모든 기업들은 엔비디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보면 된다.

위의 주제는 바로 자율주행으로 넘어가게 되는데, 자율주행 자동차는 2000만 시간(약 2300년)치의 물리적 세계 기반의 데이터를 학습시킨다. 자연 현상이라든가 인간의 행동 같은 여러 가지 움직임을 학습하는 것에 초점을 둬서 물리 세상을 이해하는 것을 중점적으로 트레이닝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 자료들은 전 세계에서 인간들이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스스로 알아서, 네비게이션을 통해, 핸드폰을 통해 데이터를 전송하고 있다. 읽어보지 않은 약관, 그러나 자신이 동의한 약관을 통해 데이터를 전송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데이터만 해도 하루에 엄청난 분량이 쌓이고 있을 텐데 이 데이터들은 다시 합성해 새로운 4D 데이터를 만들어 학습시키고 있다. 사실상 자율주행 시대가 열렸다는 것을 공표한 것이다.

합리적 가격의 가정용 AI 슈퍼컴

데이터센터, 서버용으로 만들어지는 엔비디아 GPU는 전 세계의 모든 빅테크 기업들이 물량이 없어 구매하지 못하는 상황일 정도로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이번에 일반인들을 위한 게이밍 GPU RTX 50시리즈까지 발표를 같이 했는데 이 또한 굉장한 주목을 받았다.

코스모스라는 가상세계를 발표한 엔비디아의 젠슨 황. /연합

가장 놀라웠던 것은 가격이다. A100, H100 같은 빅테크 기업용 GPU들은 가격이 기본적으로 수천만 원을 호가한다. 서버에 들어가는 용도의 GPU인데 AI를 연구하고 자체적으로 돌리고 싶은 수많은 연구자들 모두 수천만 원의 투자를 받기는 어려운 일, 그래서 접하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엔비디아 발표에서 400만 원에서 500만 원밖에 안되는 ‘프로젝트 디짓’(Project Digits)이라는 무려 가정용 AI 슈퍼컴퓨터가 튀어나왔다. 일반 노트북보다 1000배나 더 강력하다고 보고 있고, 3000달러에 팔 것이라고 한다. 더 좋은 성능에 맥프로보다 낮은 가격의 스펙이 공개되면서 더 이상 애플의 맥프로도 안전지대에서 혼자 노는 상황은 끝난 것이다.

AI 시대를 여는 주역

구글이나 메타는 소비자나 기업을 대상으로 한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클라우드를 이용해 플랫폼 기업으로 변모하며 성장했다. 이들이 그렇게 PC시대와 모바일시대를 이끈 것처럼, 엔비디아는 이제 AI가 들어가는 모든 것들에 대한 플랫폼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GPU 같은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서비스도 견고하게 결합이 되어야 플랫폼으로 구축되어 안착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대체할 수 있을 만한 회사가 있느냐 생각해 봤을 때, 사실 없다. 굳이 말하자면 테슬라밖에 없는데,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로보틱스와 자율주행 두 가지를 타게팅으로 접근하고 있다.

반면 엔비디아는 AI에 관련된 모든 것을 범용적으로 가고 있다. 노선의 방향성 문제가 아니라 스케일부터 압도적인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기업들에게 코스모스를 제공하면서 AI에 관련된 것은 다 도와주겠다, 대신 너희는 현장 데이터를 달라는 스탠스로 가고 있다. 엔비디아의 독재를 막아 보려고 해도 막을 수가 없는 상황에 온 것이다.

인간 대체할 로봇의 시대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AI가 사고의 영역까지 늘어났다고 말했다. "AI가 평가를 하고 테스트 하는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릴 것, 그러면서 지능이 더욱더 올라갈 것이다." 인간이 만들어 낸 여러 가지 AI 모델들끼리 서로 얽히고 엮이면서 더 높은 영역의 지능단계에 도달할 것이라는 통찰력 있는 내용을 전달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많은 기업들의 부서에서 아예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정확히는 엔비디아에서 제공하는 NIM이나 NEMO 같은 AI 플랫폼을 활용하면 수많은 조직들이 이를 토대로 실제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지능영역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로봇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개발 중인 모든 유명한 휴머노이드 로봇들은 전부 다 엔비디아와 협력하고 있는 상태다. 유일하게 테슬라만 독자적인 시스템으로 가고 있다.

멀리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니라 이미 모든 준비가 끝나있던 것이다. 마치 인간들을 대체할 준비는 끝났으니 버튼은 당신이 눌러라 같은 느낌이었다. 점점 세상은 변한다고 하지만, 소름과 전율을 동시에 느낄 법한 미래를 엿본 것, 엔비디아의 발표 2시간이었다.

CES2025에서 휴머노이드 로봇과 함게 무대에 선 젠슨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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