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에서 리조트 사업을 하는 한인 사업가가 수 년 전 북한에 250만 달러(약 36억 7000만 원)를 송금한 혐의로 美 연방수사국(FBI)에서 수사를 받고 있는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괌 현지매체 ‘캔디트 뉴스그룹’은 지난달 13일(이하 현지시각) "괌에서 리조트 사업을 하고 있는 유명 한인 사업가 조 모 씨가 북한 스파이로 활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 사법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조 씨에 대한 FBI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서를 입수했다며 관련 내용을 전했다.
FBI가 지역 법원에 제출한 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조 씨는 2018년 7~8월 홍콩과 중국에 있는 수취인에게 5번에 걸쳐 250만 달러를 송금했다. 받는 사람은 모두 중국인 성 씨였다. 하지만 FBI는 송금이 매우 빠르게 이뤄졌고, 홍콩과 중국에서 송금을 받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한 앞서 2014년 5~6월에는 홍콩 소재 SC 은행 계좌에서 조 씨의 사업용 계좌로 7번에 걸쳐 2만 5000달러(약 3600만 원)이 입금된 점에도 주목했다. FBI는 조 씨의 이런 돈거래가 북한을 위한 돈세탁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조 씨는 뿐만 아니라 북한 유엔대표부 이기호 참사관을 비롯해 북한 외교관들과도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 받았다고 한다. 매체는 "조 씨는 이뿐만 아니라 호텔 투자 등 사업 기회를 찾는다는 명목으로 북한을 3번 방문했다"며 "이 과정에서 미국과 한국 법률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현재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따라 미국인 또는 미국에 근거를 둔 기업의 대북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북한과 거래를 하려면 미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 허가를 받아야 한다. 매체는 "하지만 조 씨는 미국의 대북제재 이후 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조 씨가 법적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지난해 8월에는 골프장 거래와 관련해 이중계약서를 작성한 의혹으로 조사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조 씨가 북한을 위해 활동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2020년 10월 6일 미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FBI가 한국 정부 관계자와 만나 조 씨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을 때 한국 측은 "북한 고위층이 조 씨의 사업에 흥미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 5일 FBI가 다시 우리 당국자에게 조 씨에 대해 물었을 때 우리 측은 "북한의 상당한 고위 관계자와 연계돼 있으며 해당 인물이 조 씨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며 3년 전부터 조 씨에 대한 내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고 한다.
조 씨는 미국 영주권을 갖고 있다. 과거 골프 전문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이 1980년대 학생 시절 운동권 활동을 했고, 1985년 미 L.A.로 건너가 부동산 사업을 해 아파트 수백여 채를 소유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후 보유하고 있던 자산을 모두 처분해 자금을 마련한 뒤 괌으로 건너가 골프장, 호텔 등을 매입하며 리조트 전문 사업가로 변신했다는 것이 조 씨의 주장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