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2기 출범에 앞서 국내 정국 불안이 겹치면서 기업 경영 환경이 시계 제로 상황에 놓였다. 재계는 일단 국내외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내년 경영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나, 시장 흐름에 맞춰 경영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SK, 현대차, LG 등 국내 주요 기업은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거시경제 움직임과 금융시장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내년 경영 계획을 짜고 있지만, 시장 상황을 살피며 경영 전략을 수정해 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17∼19일 글로벌 전략회의를 연다. 국내외 임원급이 모여 사업 부문·지역별로 현안을 공유하고, 내년 사업 목표와 영업 전략 등을 논의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주 장재훈 현대차 사장과 송호성 기아 사장 주재로 글로벌 권역본부장 회의를 열어 내년 계획을 점검했다. LG그룹도 지난 12일 구광모 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사장단 협의회를 열어 내년에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갈 경영 과제를 논의했다.
재계 관계자는 "외부 변수가 많기 때문에 경영보폭을 최소화할 것"이라며 "내년 트럼프 2기 출범으로 불확실성이 큰데다, 탄핵 국면까지 겹쳐 보수적 경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수출 비중이 크거나 원자재를 수입하는 등 환율에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은 시장 상황을 주시하면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환율이 매출과 이익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내수 부진과 중국산 저가 철강재 공급 과잉 등으로 업황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와중에 환율 급등으로 원재료 수입에 타격을 받는 철강업계가 대표적이다.
항공업계도 환율과 항공 여객 수요 변동 등이 재무와 영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은 환율 영향을 많이 받는 산업이라 시장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계엄 사태가 촉발한 한국 시장의 불확실성 확대를 우려하는 해외 고객과 투자자를 안심시키는 데에도 힘쓰고 있다. 한국과 거래하는 많은 외국 기업은 한국 거래처나 주한 외국 상공회의소 등을 통해 탄핵 정국 관련 최근 한국 상황을 문의하고 점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활동이 거시경제 영향을 직접 받다 보니 불확실성에 대응해 챙겨야 하는 것이 많다"며 "고객과 투자자들이 해외에도 많아서 이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상황을 잘 설명하고 더욱 긴밀히 영향을 점검하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