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으로 인한 리더십 공백이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당장 헌법재판소의 결정 때까지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어서 내수 부진과 금융시장 불안정, ‘트럼프 2기’ 출범에 대응할 ‘골든타임’을 놓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 경제의 위기 대응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비상계엄 이전부터 누적된 고물가와 고금리 등으로 소비 부진이 계속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소매판매액(불변)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0.8% 줄어 8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여기에 탄핵정국이 맞물려 송년회와 각종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연말 특수’가 사라지고 해외 관광객 유입마저 줄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 때도 투자는 나쁘지 않았으나 소비자심리지수(CSI)와 민간소비 증가율이 꺾였다"고 분석했다.
탄핵정국 속에서 환율 변동성도 확대되고 있다. 원화 약세가 지속되면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물가가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고물가가 재현되면 소비 심리 회복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주원 실장은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환율이 급등한 사례가 있다"며 "해외 투자자의 시각이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치다보니 환율 변동성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새 정부 출범까지 대외 협상에서도 불리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관세 인상이 예고되면서 산업 정책도 절실한 상황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졌다"며 "비상계엄과 탄핵정국으로 중요한 시간을 많이 낭비하고 있다"고 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 정부가 한국과의 협상에 있어 외교·안보적·경제 파트너십 맺을 대상이 바뀔 것으로 보기 때문에 대미 경제정책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리더십 공백이 경기 대응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광석 실장은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 가면 그만큼 정책 공백이 생기는 것"이라며 "남은 기간 정책 대응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기까지 일관된 정책 추진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규철 실장은 "경제시스템상으로 대응할 부분은 계속 진행돼야 한다"며 "기획재정부에서 ‘경제정책방향’을 평소처럼 내고 시행해야 경제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매년 연말께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해 경제 진단과 전망, 한 해 동안 추진할 과제들을 제시한다. 정부는 정책 공백과 시장 불안 우려에 맞서 경제 컨트롤타워인 기재부를 중심으로 ‘비상 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긴급경제관계장관회의, 대외관계장관간담회,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를 주재한다.
여소야대의 의회 지형을 고려할 때 경제정책 추진을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가동 필요성도 제기된다. 최 부총리는 앞서 야당이 제안한 ‘여야정 3자 비상경제 점검회의’와 관련해 협의체가 구성되면 정부는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