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KHR ‘북한 교화소 노예제 부추기는 글로벌 공급망’ 보고서서 밝혀
강제북송민들 구금시설서 강제노동...생산제품은 中 수출후 글로벌 유통
北, 中 가발시장 장악...대부분 中서 강제북송된 젊은여성들 노동력 착취
“경제 이득 목적 강제노동 위한 협력...노예무역 또는 국가차원 인신매매”
“각국 정부, 반인도범죄 통해 생산된 제품 국제시장 유입 안 되도록 해야”
북한과 중국이 강제 북송된 탈북민을 강제 노동에 동원해 서로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고 있다는 북한인권단체의 보고서가 나왔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탈북민들이 생산한 가발 등의 제품들이 국제 시장에서 ‘중국산’으로 팔리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강제 노동을 통해 얻은 수익은 북한 정권의 군비 확장과 억압적 체제 유지에 사용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인권시민연합(NKHR)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북한 교화소 노예제 부추기는 글로벌 공급망’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서 강제 북송된 탈북민들은 전거리 교화소 같은 구금 시설에 수용돼 강제 노동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들이 생산한 제품은 중국으로 수출된 후 ‘중국산’으로 바뀌어 글로벌 공급망에서 유통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북한은 신규 법률과 기존 형법 내 처벌 조항을 강화해 자국민에 대한 박해와 착취를 정당화하고 있다”며 “비법 월경, 종교 활동, 외국 콘텐츠 소비, 외화 사용, 한국으로의 탈북 시도 등이 불법으로 규정되며, 이로 인해 늘어난 수감자들은 국가보위성과 사회안전성 수감 시설에서 수출용 제품 생산을 위한 노예 노동에 동원되며, 북한의 경제구조를 떠받치는 주요 노동력으로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출 허가를 받은 북한의 국영 무역회사들은 라선경제특구를 통해 중국 기업과 합작투자나 생산 하청 계약을 맺고 전거리 교화소에 수출용 가발과 인조 속눈썹, 가방 및 의류 생산을 위탁한다.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는 라선경제특구를 통해 전거리 교화소에 전달된다. 이후 수감자들의 강제 노동을 통해 제작된 완제품은 중국의 국외 외주 가공무역 제품으로 둔갑해 ‘중국산’으로 원산지가 세탁돼 글로벌 시장에서 유통된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중국에 가장 많은 가발을 수출하는 국가는 북한이다. 해관총서의 ‘북중 무역세부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 중국에 가발과 속눈썹 등 인조 모발 제품 약 161t 분량, 총 1152만 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이는 2위인 미얀마 44만8000달러어치의 25배가 넘는 액수로, 북한은 중국의 가발 시장을 장악했다.
보고서는 특히 “전거리 교화소 수감자 대부분이 중국에서 강제 북송된 젊은 여성”이라며 “해당 제품의 생산을 위해 필요한 신체 조건과 정교한 수작업 능력을 가진 노동력의 선별과 성별에 따른 표적화가 이루어짐을 시사한다. 교화소로의 이송 과정에서 강간을 포함한 성폭력과 강제 낙태, 구타와 불법 처형과 같은 반인도적 범죄가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은 수감자의 노예 노동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중국은 생산비 절감과 안정적 양질의 제품 공급의 이점을 누린다”며 “경제적 이득 추구를 목적으로 북중 간 공조를 통해 자행되는 재중 북한 여성 체포, 국경 간 이송 및 수감자 강제 노동을 위한 협력은 노예 무역 또는 국가 차원의 인신매매의 요소를 내포한다”고 고발했다.
또한 “사회안전성이 관리하는 전거리 교화소에서는 도주자 공개 처형 등 공포 통제를 통해 ‘노예화’를 자행한다”며 “수감자들은 수출품 생산 할당량을 달성하기 위해 하루 최대 20시간의 노동에 동원되며, 부족한 식량과 열악한 위생, 고문 등에 시달린다”고 전했다.
더불어 “이런 열악한 환경 탓에 전거리 교화소 수감자는 연간 1000명당 292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신규 수감자의 지속적인 유입을 통해 노동력 보충이 계속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각국 정부는 북한의 강제 노동과 반인도 범죄를 통해 생산된 제품이 국제시장에 유입되지 않도록 협력해야 한다”며 “각국이 북한을 강제노동 고위험 국가로 분류하고, 북한 교화소 강제 노동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있는 ‘중국산’ 상품의 유통 금지와 조사 조치를 단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