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5일 치러질 미국 대선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현재 외국 중 미 대선에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을 국가는 중국일 것이다. 중국은 곧 뚜껑이 열릴 이 선거에 어떻게 대비할까.
중국 공산당과 중앙 정부는 표면적으로 미 대선을 ‘자국 내 정치적 사안’으로 간주하면서 정부 차원의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이 물밑에서 대선에 개입하고 있다며 의심하고 있다.
지난 4월 뉴욕타임스는 중국 정부가 SNS·이메일 가짜 계정을 통해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는 미국 관리와 전문가들의 진단을 보도했다.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로 위장해 바이든 대통령을 비방하며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것이다. 같은 달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중국이 대선에 영향을 미치고 간섭하려는 증거를 봤다"며 경고했다. 10월엔 미 정보당국이 중국을 러시아, 이란과 함께 미 대선에 개입하는 대표적 국가로 지목하며 "중국이 연방의회 선거에서 대만과 관련해 자국 이익을 지지하는 후보들에 영향을 미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개입설이 이처럼 강하게 제기되는 건 미국의 리더십 교체가 중국에 미치는 심대한 영향 때문이다. 중국 측은 미국의 대선 후보들이 중국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며 지지율을 높이려는 전략에 대해 "중국을 가상의 적으로 취급하는 것은 미국의 심각한 전략적 오산"이라며 "중국 내정에 대한 부당한 간섭 등 ‘중국 카드’를 선거철에 꺼내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해 왔다.
미 대선 관련 중국의 가장 큰 현안은 무역·관세 같은 경제 문제, 대만·남중국해 등 국가 안보, 외교적으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있을 것이다.
중국이 경제 불황에서 좀처럼 헤어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미국이 과거 트럼프 정부 때처럼 무역 전쟁을 걸어온다면 시진핑 정권이 휘청할 대형 악재다. 중국 측은 자국이 미국 국민에게 고품질의 저렴한 상품을 제공해 왔고, 대(對)중국 수출로만 총 93만 개 수준의 미국 내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내세우고 있다. 만약 미국이 중국과 영구적으로 무역 관계를 단절한다면 미국의 경제적 손실은 1조60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도 주장한다.
그럼에도 미국과의 무역분쟁이 재현될 경우를 대비해 중국은 지난 4월 전국인민대표대회가 ‘관세법’을 통과시켰다. 외국이 부과한 고율 관세에 대해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음을 정당화하는 내용이다. 또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미국이 원자재 공급망을 압박할 가능성에 대비해 중국이 주요 원자재 비축량을 확대 중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내 비즈니스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미국 기업인들에 러브콜도 보내고 있다. 시진핑이 지난해 6월 중국을 방문한 빌 게이츠를 독대했고, 지난 3월에는 베이징에서 미국 기업대표단을 접견했다. 중국 최고위급 관료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국 기업의 투자를 강조하고 있다.
경제 부문이 수비적 성격이라면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에선 강경한 입장이다.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이익’ 중 하나다. 중국의 내정 문제이고 미국 등 외부세력의 어떠한 간섭도 불허한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지난 7월 트럼프가 대만도 방위비를 분담해야 한다고 발언하자 중국 측은 ‘대만 때리기’에 나섰다. 대만 집권세력인 민진당이 "미국의 바둑돌을 자처한다"고 비난했다. 군사·경제적으로 대만 압박 수위를 높였고,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대만 독립을 획책하는 인물에 대해서는 최대 사형에 처한다"는 규정을 발표했다. 미국-대만 관계를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의미다.
남중국해에선 중국과 영토분쟁 중인 필리핀·베트남과 무력 충돌을 불사하면서, 나머지 아세안 국가들과의 친밀도를 높이고 있다. 대선 후 미국-아세안 관계 강화 시도를 염두에 둔 조치로 보인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7월 아세안 외교장관들과의 만남에서 미국이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는 등 혼란과 대립을 선동한다고 비판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선 미국 등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 참여 요구를 거부하면서, 러시아와 고위급 교류를 중심으로 높은 수준의 군사·경제적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미·중 관계가 경색되고 그에 비례해 북·중·러의 군사적 결속이 강화될수록 한국은 더 피곤해질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