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가안전부(MSS)에 구금된 뒤 구속기소된 한국인 기술자 A 씨가 근무하던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공장 전경. 중국 정부가 지원하는 메모리 반도체 업체다. /CXMT 홈페이지 캡처
중국 국가안전부(MSS)에 구금된 뒤 구속기소된 한국인 기술자 A 씨가 근무하던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공장 전경. 중국 정부가 지원하는 메모리 반도체 업체다. /CXMT 홈페이지 캡처

중국에 거주하는 50대 한국인 남성이 ‘반간첩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현지 반도체 업체에 근무하던 이 남성의 구금과 구속 과정에는 의문점이 적지 않다. 그런데 현지 우리나라 공관은 "어떤 영사조력을 하고 있는지 알려줄 수 없다"고만 하고 있다.

KBS 등에 따르면 중국 사법당국에 반간첩죄로 구속된 사람은 안후이성 허페이에 거주하던 A 씨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이온주입 기술자로 근무하던 그는 2016년부터 중국에서 반도체 회사를 다녔다. 부인과 자녀도 중국에 거주했다. 지난해 말까지는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러지(CXMT)’에서 근무했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허페이시 국가안전부(MSS) 소속 수사관이 집에 들이닥쳐 A 씨를 붙잡아갔다. A 씨는 자고 있다가 잠옷 차림으로 끌려갔다는 게 가족들의 증언이었다. 당시 MSS 수사관들은 A 씨에게 간첩 혐의가 있다며 연행해갔다. 이후 MSS는 A 씨를 한 호텔에 연금한 채 5개월 동안이나 ‘조사’했다. 이 기간 동안 가족들과도 연락을 제대로 못했다고 한다.

MSS는 올해 5월 검찰에 A 씨를 송치했다. 혐의는 ‘반간첩법’ 위반이었다. 중국 검찰은 A 씨를 바로 구속 기소했다. 우리 국민이 ‘반간첩법’ 위반으로 구속된 것은 처음이다. 우리나라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의 모델인 중국 사법체계는 공안이나 국가안전부가 기소를 요청하면 검찰은 무조건 기소를 하게 돼 있다.

방송에 따르면 주중 한국대사관은 A 씨가 구속된 올해 5월까지도 "반간첩법 위반 혐의로 우리 국민이 체포된 적은 없다"고 밝혔다. A 씨 가족들은 지병인 당뇨병 약도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며 재판 전에 한국에서 조사를 받게 해달라고 당국에 호소하고 있다.

방송에서 최근 A 씨 구속에 대해 확인을 요청하자 대사관 측은 "관련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만약 중국 법원에서 A 씨의 반간첩법 위반 혐의가 인정될 경우 징역 10년 이상이 선고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지난해 7월부터 ‘반간첩법’의 범위를 대폭 확대한 개정안을 시행했다. 지난해 6월 26일 외교부 공지에 따르면 중국은 ‘반간첩법’ 위반 범위에 ▲중국 국가안보 및 이익과 관련된 통계자료나 지도 등을 인터넷으로 검색하거나 스마트폰·노트북 등 전자기기에 저장하는 행위 ▲군사시설과 주요 국가기관, 방산업체 등 보안통제구역 인접 지역에서의 촬영 행위 ▲시위 현장 방문 및 시위대 촬영 행위 ▲중국인에 대한 포교, 선교 등의 종교 활동 등을 넣었다.

간첩 대상도 대만이나 미국뿐만 아니라 제3국까지 넓혔다. 또한 공안이나 무장경찰 등이 간첩 행위 혐의자의 문서·데이터·자료·물품을 열람하고 수거할 수 있으며, 신체·물품·장소에 대한 검사를 할 수 있게 했다. 검사를 받는 개인과 조직은 외국인이라도 당국에 협조해야 한다.

즉 한국인 관광객이 중국에서 공공 관서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거나 ‘백지시위’ 같은 장면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거나 처음 가는 곳이어서 스마트폰 등으로 정부 기관 등을 검색하다가 중국 당국이 ‘간첩’으로 몰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중국 당국이 A 씨를 구속한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는 것도 ‘반간첩법’의 비합리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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