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중국이 우리 국민을 반간첩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음을 공식 확인하자 여야가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에 서둘러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86 운동권 출신 의원들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난 29일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50대 한국 남성 A 씨를 반간첩법 위반 혐의로 구속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뒤 "중국은 법치국가로, 법에 따라 위법한 범죄 활동을 적발했으며 당사자의 합법적 권리를 보장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A 씨의 어떤 활동이 ‘간첩 행위’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 소식이 전해진 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 관련 뉴스 링크를 공유한 뒤 "이번 정기국회에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그러면서 "(간첩법 개정안이) 제대로 적용될 수 있도록 국정원 대공수사권도 부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추경호 원내대표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 후 기자들에게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한 간첩법 개정을) 속도감 있게 진행할 수 있도록 심사와 협의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민주당 관계자도 "법 개정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각각 다양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발의한 개정안만 17건이나 된다. 거의 다 형법 제98조 간첩 혐의 대상을 ‘적국’ 대신 ‘외국’으로 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이 가운데 상임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은 없다.
법안 심사를 해야 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가 열릴 때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주장과 김건희 여사 특검 주장, 검사 탄핵 청문회로 여야가 다투고 있어서다. 여야 정쟁 때문에 양측이 뜻을 같이 하는 법안조차 심사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 심각한 걸림돌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86운동권 출신 의원들이 국정원 안보조사권까지 모두 빼앗겠다는 법안을 발의해 통과시키려 한다는 점이다. 지난 7월 이기헌 등 민주당 의원 17명이 지난 3일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공동 발의한 의원들 거의 다 86 운동권 출신이다.
개정안은 국가안보뿐만 아니라 산업·사이버 안보 분야에서 국정원이 갖고 있던 조사권을 완전 폐지하는 게 골자다. ▲국가보안법 위반 행위 ▲산업경제정보 유출 행위 ▲국가를 배후로 한 사이버 안보 위협에 대한 현장조사, 문서열람, 시료 채취, 자료제출 요구, 진술 요청 등 모든 권한을 빼앗는다는 것이다.
올해부터 대공수사를 담당하는 경찰은 지금까지도 국정원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86 운동권 의원들의 의도대로 국정원의 안보조사권을 완전 박탈하면 간첩법을 개정한다고 해도 경찰이 모두 담당하게 돼 법 개정 의미가 없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