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에 한국에서 자체 핵무장론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고 미국 유력 언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는 17일(현지시간) 인터넷판에서 "한국전쟁 종식 이후 한국인들은 필요시 핵 사용을 포함한 미국인들의 방위 약속을 믿으며 살아 왔다"면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북한의 핵공격 시 체제를 멸망시키겠다고 단언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한국에서는 미국의 비확산 체제에 반해 자체 핵을 보유하는 것이 오랜 시간 금기시됐다"며 "그러나 한미 동맹을 위태롭게 할 것이 자명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을 앞두고 핵무장론이 힘을 얻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 이 같은 한국의 우려를 잠재우고자 했고, 두 정상은 ‘워싱턴 선언’을 통해 미국의 방위 약속을 재확인했다"며 "그러나 이 같은 조치는 한국에서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불안감을 잠재우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제를 강화한다는 2023년 ‘워싱턴 선언’이 ‘핵공유’(Nuclear sharing)에 해당하는지와 관련해 한미 양측이 온도차를 보이는 가운데, ‘핵무기 공유’는 미국이 주도하는 군사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핵억제 정책 개념이다.
자국내에 핵무기를 배치할 시설을 제공하고 투발임무 일부를 담당하는 대신, 핵무기 최종 사용 권한을 제외한 핵정책과 사용관리, 운영 등 모든 사항을 핵무기 제공국과 협의해 결정한다는 것이다.
나토 회원국 중 핵보유국은 미국과 프랑스, 영국 등 3개국으로, 실제로 미국이 동맹과 핵무기를 공유한 국가는 영국이 유일하며, 미국의 핵무기가 배치된 국가는 벨기에,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튀르키예 등 5개국이다.
지난 2일 미 국방부 고위 관리인 나랑 차관보는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추진하기보다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통해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를 강화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정부의 핵우산정책에도 불구하고 NYT는 "미국의 방위 약속에 기대는 대신 자체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제 한국에서 정치 논쟁의 주된 담론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며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국인들은 미국의 핵우산 약속을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난다"고 NYT는 보도했다.
게다가 미국의 비확산 체제를 공고히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중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포함한 산재한 갈등 속에 등을 돌리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 야욕을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파트너가 사실상 사라졌다는 점도 이 같은 우려에 힘을 보탠다는 것이다.
신문은 다만 "한국은 현재 핵연료 생산이나 핵무기를 설계할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정치적으로 핵무기를 추구하고자 하는 의지도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전문가들은 정찰 및 미사일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한국에 더 도움이 되며, 북한에 대한 선제 공격 능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제언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재선 시 김정은과 면대면 협상을 시도하고자 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동맹의 미래는 위태로울 수 있다"며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자들 입장에서 한국과 일본의 독자적 핵 보유에 열려있다는 입장을 밝힌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귀환 가능성은 좋은 일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