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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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다음 기사를 읽고 뒷골이 당겼다. "고 변희수 육군 하사의 국립대전현충원 안장이 결정됐다"는 내용, 그날이 현충일 바로 전날이어서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현충원은 6·25 당시 전사하신 군인과 군무원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국립묘지로 승격된 뒤부터 다양한 분들이 현충원에 묻힌다. 군 복무 중 순직한 분들은 물론이고 일제시대 때 독립운동을 하신 분들, 전직 대통령들도 묻혀 있고, 순직한 소방관과 경찰관도 유가족들이 원하는 경우 현충원 안장이 가능하다.

원래는 서울 동작구에만 있었지만, 공간이 부족해지면서 대전 현충원이 추가로 만들어졌는데, 2006년 서거한 최규하 대통령이 대전에 안장된 첫 대통령이다. 설립 목적이 목적이니만큼 현충원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가장 중요한 교육의 장이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을 보며 감사하는 마음과 더불어 애국심도 가질 수 있으니 말이다. 나 역시 초·중학교 때 현충원에서 잡초를 뽑으며 ‘커서 애국하겠다’는 다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중요한 선거에 출마하거나 당선된 정치인들이 첫 일정을 현충원 참배로 시작하는 것도 ‘더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호국영령들에게 약속하는, 일종의 의식이다.

현충원에 묻힐 수 있느냐 마느냐는 국립묘지 안장심의위원회가 결정한다. 하지만 누구나 여기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낼 수는 있기에 가끔 논란이 생긴다. 특히 2000년대 이후 좌파들이 우리 사회의 주도권을 장악하면서 논란이 증폭되는데, 가장 대표적인 게 백선엽과 김백일이다.

백선엽은 다부동 전투의 영웅이고, 김백일은 흥남철수작전 당시 미군장교를 설득해 10만의 피난민을 구한 분. 지금 이분들은 그 공로가 인정돼 현충원에 안장돼 있지만, 좌파들은 이들이 일본이 만든 간도특설대에 복무했다는 이유로 현충원에서 내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게 말로만 하는 게 아니어서 좌파들은 국립묘지법을 고쳐서라도 이장을 하고 말겠다는데, 그 대상도 점점 늘어난다. 현재 좌파들은 ‘친일인명사전’을 근거로 현충원에 64명의 친일파가 묻혀 있다며, 이장을 시키겠다며 의지를 불태운다.

그런데 좌파들은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현대로 하여금 4억 5000만 달러를 송금하게 하고, 결과적으로 북한 핵개발에 도움을 준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현충원의 원래 취지가 북한과의 전쟁에서 공을 세운 이들을 기리기 위함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지금 서울 현충원에 있는 DJ야말로 이장 대상이 아닐까. 다음은 정말 궁금하다. 임기 내내 북한 김정은의 입장만 대변했고, 북한이 핵을 갖는 데 큰 공을 세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망시 좌파들이 어떤 말을 할지.

위에 언급한 이들은 그래도 논쟁을 해볼 근거는 있지만, 변희수 하사가 현충원에 안장되는 건 이해의 차원을 넘어 황당하기까지 하다. 변씨는 육군 하사로 복무 도중 의료 목적의 국외여행을 허가받아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았고, 이로 인해 강제 전역 처분을 받는다. 변 하사는 이에 승복하지 않고 육군 참모총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지만, 변 하사는 결과를 기다리는 대신 강제 전역일을 하루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한다. 결국 유족이 남은 소송을 계속 이어가 승소하는데, 문제는 변 하사와 그 지지자들이 그녀의 현충원 안장을 주장했다는 점이다.

살아생전 그녀가 성 정체성의 혼란으로 고통받은 점은 안타깝지만, 그게 현충원에 가야 하는 이유가 되는지 당최 이해되지 않았다. 군대는 적과 싸워 이기려고 있는 조직이지, 다양성을 추구하는 곳이 아니잖은가? 그렇다면 인권위 등에서 이런 분들을 위한 별도의 묘지를 조성하는 게 좋을 듯하지만, 이럴 때마다 등장하는 군인권센터 소장 임태훈의 생각은 좀 다른가보다. "죽어서도 현충원에 못 들어가는 성소수자들, 이런 차별받는 군대에서 계속 충성하면서 복무해야 하는가 의구심 갖는 군인들이 있을 것이다." 이 말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기에, 지난 4월, 변씨의 유족이 현충원 이장을 신청했다는 뉴스에 설마, 했다.

하지만 현충일을 하루 앞둔 6월 5일, 그 ‘설마’는 ‘사실’이 됐다. 다음과 같은 사실을 깨닫는다. 이 나라가 입법부와 국방부, 보훈부는 물론이고 사회 거의 모든 분야에서 좌파가 지배하는 나라가 됐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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