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근
이춘근

지난 18일 미국 대통령의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 역사적인 한미일 3국 정상회의가 열렸다. 전 세계가 이 3자 회의를 ‘역사적 회의’이라고 말하고 있다.

현재 미국 백악관의 동아시아 태평양 전략을 주도하는 커트 켐벨(Kurt Campbell)은 이 회담을 좋은 의미에서 ‘숨이 멎는 듯한(Breathtaking) 외교’라고 표현했다. 미국의 주선이 있기는 했지만, 한국·일본이 안보·경제·과학 협력 등 광범한 사안에서 동맹국 수준의 협력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한국과 일본이 미국과 더불어 정례적인 회담과 군사훈련을 함께 실시하기로 했다는 사실은 기왕의 한일관계를 한 차원 뛰어넘는 외교적 성취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캠프 데이비드 회담과 공동 성명에 의해 대한민국의 국가 안보가 한 차원 상승되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일본과의 협력을 내심 꺼리고 있지만, 미국의 군사지휘관들은 일본의 협력 없이 한국의 성공적 방위는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캠프 데이비드 합의는 한반도 안보에 대한 일본의 적극적인 협력을 확보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성공이다.

윤석열 정부가 한국 외교의 전통적 병폐였던 서정주의(敍情主義), 즉 감정에 기반을 둔 외교에서 탈피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윤 정부가 가진 현실주의적인 국제정치적 관점 때문이다. 현실주의자들은 국제정치를 국가이익이 충돌하는 영역으로 보며, 도덕적 법칙이 적용되는 곳으로 보지 않는다. 국제정치의 영역은 무정부 상태(anarchy)로 특징되며, 언제라도 전쟁이 발생할 수 있는 곳이다. 여기서 ‘평화와 안정’ 즉 ‘질서’의 유지는 ‘막강한 힘’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본다. 그래서 현실주의자들은 무엇보다도 자국의 힘을 증강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힘의 증강을 위한 가장 신속하고 안전한 방법은 동맹국을 얻는 것이다. 현실주의에 의하면 동맹이란 절친들이 맺는 국가적 약속이 아니다. 동맹은 적을 공유하는 나라가 체결하는 군사적 약속이다. 2차대전 당시 미국과 소련은 전혀 친하지 않았지만 ‘나치 독일,’ ‘군국주의 일본’이라는 더 사악한 공통의 적을 상대하기 위해 동맹관계에 들어갔었다.

우리의 주적은 북한이며 중국 역시 선호하는 삶의 방식이 우리와 전혀 다른 잠재적 위협국이다. 북한과 중국을 우리와 같이 공통의 적으로 인식하는 자유주의 국가들인 미국·일본을 우리의 안보 경제 협력국으로 삼는 것은 현실주의의 정석이다. 그동안 한국적 서정주의는 외교에서조차 정석을 행하기 어렵게 했었다. 윤 정부의 현실주의 정석 외교는 국가이익에 근거한 것이다. 당연히 성공할 것이며, 숨이 멎는 듯한 역사적 쾌거(快擧)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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