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이 국제문제로 대두된 1990년대 초반 이래, 전 세계는 북핵을 저지하기 위해 군사적 방법 이외 모든 방법을 다 강구해 봤다. 가장 쉬운 방법은 미국이 북한 핵 시설을 폭격한다거나, 북한 정권을 정밀 타격으로 제거해 버리는 것이지만, 일단 북핵 해결 방법에서 제외되고 있었다.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북핵을 정지시킬 평화적인 방법이 단 하나 있기는 했다. 중국이 북한 핵 프로그램을 제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면 그냥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중국은 문자 그대로 북한의 명줄을 쥐고 있는 나라다. 중국은 북한에게 ‘핵을 계속 만들면’ ‘명줄을 끊어 놓겠다’고 현실적인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나라다.
모든 국가들의 생존의 원천은 식량과 에너지다. 북한은 식량이 부족한 나라이고 석유는 한방울도 나지 않는 나라다. 그래서 세계는 북한의 악행을 방지하기 위해, 북한에 죽지 않을 만큼만 석유를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사항인데, 놀랍게 중국도 찬성했다. 중국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송유관을 차단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이 송유관을 차단하면 북한은 수개월 이내 나라로서 기능할 수 없게 된다. 지금 북한이 자칭 전승절 날 고물 비행기라도 띄우고 군사 퍼레이드를 벌일 수 있는 이유는, 중국이 자신도 찬성했던 유엔 안보리의 약속을 어겼기 때문이다. 북한에게 은밀하게 석유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미국은 오랫동안 중국에게 북핵 프로그램 중지를 위해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고 말해 왔다. 몇 주 전 엔소니 블링큰(Anthony Blinken)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중국은 북핵 제거를 위한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느냐’며, 중국에게 북핵 제거에 협력해 달라, 중국이 돕지 않을 경우 한미일 3국이 취할 방식이 있는데 그게 중국에게 좋을 일이 무엇이겠냐고 점잖게 경고했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의 요청에 시큰둥했던 모양이다.
블링큰 장관이 칼을 꺼냈다. 블링큰 장관은 7월 21일 아스펜 안보포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북핵 제거에 진정 도움을 주지 않겠다면 ‘할 수 없다, 우리가 조치를 취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국과 미국·일본이 역사 이래 어느 때보다 철통 같은 군사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북한이 핵을 계속 개발할수록 한미일 방위태세는 더욱 막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블링큰 장관이 이 말을 하는 동안 미국의 전략핵잠수함 켄터키 호가 한국 수역에 있었고, 미국의 전략 핵폭격기 B 52-H들이 일본 전투기들과 연합 훈련을 벌이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