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된 여가부, 이젠 존립 자체가 되레 남녀갈라치기’ 인식
‘병사월급 200만 원’은 병역의무도 지는 이대남에 대한 보상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8일 서울시 서초구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린 한국 발달장애 아티스트 특별전시회를 관람하고 있다. /연합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8일 서울시 서초구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린 한국 발달장애 아티스트 특별전시회를 관람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에 이어 ‘병사 봉급 월 200만원’이라는 공약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 공약에 젊은 남성들이 뜨거운 호응을 보이면서 윤 후보의 지지율을 반등시킬 수 있는 ‘회심의 카드’로 떠올랐다.

윤 후보는 7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의 게시물을 올렸다. 별다른 설명이나 입장 없이 올린 이 일곱 글자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 게시물에 대해 9일 오전까지 1만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으며 3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좋아요’를 눌렀다.

여성들의 반발을 의식한 듯 8일 선거캠프 대변인이 ‘완전 폐지가 아닌 명칭 변경 후 개편’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그러나 윤 후보는 8일 재차 게시물을 올려 "오늘 대변인의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명칭만 변경한다’라는 취지의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 ‘여성가족부 폐지’가 맞다. 더이상 남녀를 나누는 것이 아닌 아동, 가족, 인구감소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부처의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못을 박았다.

도대체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가 어떤 정부기관이길래 이토록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일까.

여가부는 여성부 신설을 공약했던 김대중 정부 시절 마련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8년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를 설치했고 3년 뒤인 2001년 여성부로 승격시켜 공식 정부 부처로 자리잡게 했다. 이어 2005년 노무현 정부는 여성가족부로 명칭을 바꿨다. 여가부에 보건복지부(복지부)의 가족 및 영유아 보육업무를 통합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여가부를 복지부에 통폐합하려다 반발에 부딪혀 2008년 여성가족부를 여성부로 축소했고 여성부는 2010년 청소년 보호 및 다문화 가족을 포함한 가족 업무를 이관받아 다시 여성가족부로 부처 이름을 바꾸고 지금까지 맥을 이어왔다.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여성정책의 기획·종합, 여성의 권익 증진 등 지위향상, 청소년 및 가족 관련 사무를 관장하는 부처로 규정하고 있다. 성별을 따지지 않고 누구도 차별과 폭력을 겪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 목적이다. 여성 인권에만 국한돼 운영하는 것이 아닌 성폭력·가정폭력 등을 예방하고 피해자를 보호·지원한다. 또 다문화까지 포용하는 가족 정책을 관장하고 있다.

하지만 여가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여가부 설치 이후부터 계속 따라 다녔다. 여가부의 역할이 타 부처의 역할과 중복되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모든 범죄 수사는 원래 검찰과 경찰의 영역이다. 하지만 여성이 주된 피해자인 성범죄에 대해서는 여가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사실상 상위기관 노릇을 하고 있다.

또 복지정책의 주무기관은 보건복지부다. 하지만 일부 아동복지와 여성복지 정책의 상당 부분에 대해서는 여가부가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타 부처와 명확하게 구분되는 독자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것도 아니면서 독자적인 정부부처로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여가부 폐지론의 요지인 셈이다.

여가부 명칭의 ‘이중성’ 또한 여가부 폐지론을 부채질하고 있다. 여가부는 공식 영문명칭으로 ‘Ministry of Gender Equality and Family’를 사용하고 있다. 한국어로 직역하자면 ‘양성평등가족부’로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여가부의 공식 한문명칭은 ‘女性家族部’다. ‘양성’은 사라지고 ‘여성’만 남았다.

양성평등을 목표로 한다면서도 사실상 여성의 권익향상만을 추구하는 성향이 짙기 때문에 기득권을 가져본 적 없는 현 시대의 젊은 남성들에게는 여가부가 ‘공공의 적’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젊은 남성들의 표심을 흡수하기에 그만한 파괴력을 가진 재료가 없다. 윤 후보가 여가부 폐지 입장을 공식화 한 것은 이런 젊은 남성들의 불만을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시그널인 셈이다.

또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지게 되는 병역의무에 대한 보상으로 윤 후보가 9일 ‘병사월급 200만원’ 카드를 꺼내들면서 젊은 남성들의 윤 후보 지지는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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