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집단 자위권 행사 가능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은 지난 7일. 이 발언이 2주일여 지나는 동안 눈덩이처럼 부풀었다. 중국은 오랜만에 대일(對日) 외교 공격의 찬스를 잡은 듯, 유엔·G20·국제원자력기구(IAEA) 회의 등 국제무대 전방위에서 일본 때리기에 나섰다.

중국은 내년 1월 일본에서 한·중·일 정상회담을 개최하자는 일본측 제의를 거부하고 있다. 중국은 다카이치 총리가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기 때문에 3국 정상회의에 참가할 수 없다는 입장을 23일 다른 외교 경로를 통해 의사를 전달했다는 소식이다. 이는 외교 관례로 볼 때 중국이 다카이치의 대만 발언에 대해 최종적으론 ‘유감’ 내지 ‘사과’를 압박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 추론이다.

사실 다카이치의 ‘대만 발언’을 중·일 외교전으로 불을 당긴 장본인은 주(駐)오사카 중국 총영사 쉐젠이다. 쉐젠은 다카이치의 대만 발언이 나오자 즉각 SNS에 "(다카이치가) 목을 내밀면 더러운 목을 벨 수밖에 없다"는 충격적인 글을 올렸다. 이 글은 쉐젠이 본국과 교감을 했든 안했든 관계없이, 극히 위험한 외교 ‘도발’(provocation)에 해당한다. 게다가 지난 18일 중·일 외교국장급 회담에서 류진쑹 중국 국장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일본측 국장을 내려다보는 모습을 중국 매체가 보도하자 일본 열도가 들끓었다.

다카이치의 대만 발언 이후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중국이 마치 다카이치의 발언을 기다렸다는 듯이 일본을 공격하고 있는 형국이다. 일본의 전 총리들도 ‘대만 유사시 자위권 행사’ 발언을 해왔다. 다만 다카이치가 ‘대만 유사시의 경우’를 전 총리들과 달리 "중국이 전함을 동원한 무력행사를 한다면 일본의 존립위기 사태로 볼 수 있다"며 좀더 구체적으로 나간 것이 파장을 불러왔을 뿐이다.

중국의 일본 때리기는 본질상 시진핑의 국내 정치용이다. 현재 시진핑의 권력은 외부에서 적(敵)을 만들어 공격하지 않으면 내부를 다스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중국의 거칠고 무식한 스타일의 속칭 ‘전랑 외교’(戰狼外交)도 계속된다.

일본 다카이치가 시진핑이 원하는 대로 ‘유감’ 표명을 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중·일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한·미·일 관계를 중시하고, 중국과는 ‘침묵 외교’가 나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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