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어 생각하는 것이 역발상(逆發想)이다. 경영학에서 흔히 말하는 리버스 싱킹(reverse thinking)이란, 간단히 말해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는 이야기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통한다. 기원 전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은 참모들에게 ‘자네가 적(敵)이라면 어디에서 우리를 방어하겠나?’를 물은 뒤, 역발상으로 알프스를 넘어 로마를 박살냈다. 그것도 코끼리떼를 몰고서.

17일 세이비어 브런슨 주한 미군사령관이 중국·러시아 입장에서 한반도·일본·대만·필리핀을 내려다보는, 뒤집어진 한반도 중심 동아시아 지도를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 지도를 보면 한반도가 중·러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의 요충지라는 사실이 한눈에 들어온다.

브런슨 사령관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 지도를 공개했다. 그는 "전략적 유연성은 초점을 한국 바깥으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한국에서 유지하는 억지력이 외부로 연장돼 인도·태평양 전역의 평화를 유지한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한반도가 북·중·러를 견제하는 중심축이며, 주한미군은 중국·러시아를 억지하기 위해 전략적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주한미군은 미군 중에서 중·러를 상대로 한 최전방에 속한다. 평택-도쿄는 1155㎞, 평택-베이징은 985㎞다. 중·러가 볼 때 대한민국 땅 전체가 거대한 항공모함이다. 따라서 주한미군은 북한뿐 아니라 중·러를 상대로 한 전략적 유연성이 당연히 필요할 것이다.

뒤집은 한반도 중심 지도는 사실 오래 전부터 알려진 것이다. 언론과 국민이 잘 모르고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이른바 ‘전작권 환수’니, ‘국방 주권’이니 하는 외교안보의 까막눈들의 헛소리가 자꾸 나오게 된다.

연합 방위가 단독 방위보다 우월하다는 사실은 이미 역사적으로 입증됐다. 현재 한미연합군은 사실상 세계 최강 전략이다. 그런데, 한·미의 연합 방위를 ‘국가 주권’ 개념으로 잘못 보는 3류 친북좌파들 때문에 ‘전작권 환수’라는 소리가 자꾸 나온다. 연합 방위는 주권 문제가 아니라 국익과 작전 효율성이 근간이다. 안보에는 보수·진보가 없고 국익과 효율성이 있을 뿐이다.

소위 ‘전작권 전환’을 통해 한미 연합 방위가 깨지면 대한민국 방위 능력은 1류에서 3류로 급전직하 한다. 뒤집은 한반도 중심 지도가 모처럼 새로운 각성을 던져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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