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발표된 한미 정상 간 합의 사항 정리 공동 설명자료(조인트 팩트 시트)가 우리 손에 유리한 바둑알 하나를 쥐어줬다. 한국 내에서 ‘잠재적’ 미국 선박 건조를 포함, 최대한 신속하게 미국 상업용 선박과 전투 수행이 가능한 미군 전투함 수를 증가시킬 것이란 문구가 그것이다.
1940년대까지 미국은 전 세계 선박 건조의 40%를 차지했다. 그러나 미국은 제 발등을 찍기 시작했다. 자국의 조선업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했던 법들이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발단은 1920년대 ‘존스 법’이다. 이 상선법은 미국 내에서 승객과 물품을 운송할 때 미국에서 제조되고 미국인이 소유한 선박을 사용하도록 규정했다.
이때부터 미국 선박 제조사는 내수시장 나눠먹기에 안주했다. 경쟁이 사라진 곳에서 설비 투자나 기술 혁신은 없었다. 1965년과 1968년에 도입된 군함 건조법, 번스-톨레프슨법과 수정법도 자기 멱살을 잡았다. 이 두 법은 미군을 위한 모든 선박과 그 주요 부품의 외국 조선소 건조 금지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
상선법과 군함 건조법이 시너지를 내면서 미국 조선업은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2023년 글로벌 조선시장에서 미국이 차지한 비중은 0.04%였다. 1940년대에 비하면 감소율이 무려 99.9%다. 반면 중국은 59% 그리고 한국은 23%였다.
미국 역시 의기 의식을 느끼지 않은 것은 아니다. 작년 12월 미 상·하원 의원 5명은 외국에서 건조된 선박을 전략상선대에 포함할 경우, 국적 변경 또는 임시 선박으로 운항 가능하게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리고 이것이 이번 한미 협상에서 의제로 떠오른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한국 내에서의 미국 선박 건조를 현실화하는 것이다. 우리가 돈을 주는 만큼 당연히 받을 것도 명확히 해야 한다. 핵추진 잠수함의 국내 건조다. 논리도 명료하다. 미국 군함 건조를 한국에서 하는 마당에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미국에서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미·중 경쟁에서 미국 조선산업의 ‘객관적’ 경쟁력은 한국과 일본을 빼고는 개선 가능성이 전혀 없다. 이 기회를 잡아 국익을 실현하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 안보의 확실한 업그레이드다.
향후 출범할 ‘한미 조선 실무그룹’ 협의는 국가안보실이 주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명칭에 걸맞은 성과를 기대한다.
- 기자명 자유일보
- 입력 2025.11.18 15:21
- 수정 2025.11.1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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