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장 생산품 ‘국정가격 이하 판매’ 강요…당국 통제에 상인들 줄도산 위기
생활필수품도 마음대로 못 팔아…비누·세제·신발 등 일률적 가격통제 확대
원산·안변 시장 마비…“국가가 장삿길 막아놓고 어떻게 살란 것이냐” 분통
공산독재 체제의 ‘유통 통제 실험장’ 된 강원도…주민 불만 속 탄압만 강화
북한이 강원도 전역의 장마당을 대상으로 지방공장에서 생산된 상품의 가격을 강력 통제하면서 시장이 대혼란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의 ‘인민생활 향상’ 방침을 받들어 조직된다는 명분이지만, 실상은 시장경제를 겨냥한 공산주의식 가격통제 강화 정책으로 풀이되며 주민 반발과 경제 마비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8일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가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최근 북한 강원도 인민위원회가 지방공장 생산품의 유통을 ‘국가공급체계’로 강제 편입시키고, 장마당에서는 상업 부문이 책정한 가격 이하에서만 판매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도 인민위원회는 지난 9일 각 시·군 상업관리소에 통보문을 내려보냈다. 통보문에는 지방공장 생산품에 대해 '임의 가격 책정은 사회주의 상업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라는 문구가 명시돼 있었다.
지시 직후 원산시를 비롯한 강원도 전역의 시장관리원들은 하루 만에 시장을 돌며 비누, 세탁세제, 신발, 간식류 등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필수품 가격을 일일이 점검했다. 이 과정에서 당국은 “국정가격 미준수 상품은 전량 회수하겠다”는 경고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 정책은 실효성보다 통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시장 상인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상인들은 “공장에서 물건을 넘겨받을 때부터 국정가격보다 훨씬 비싸게 받았는데, 팔 때만 국가가 정한 가격으로 팔라니 손해만 볼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일부 상인들은 가격을 조금 올려 판매했다는 이유만으로 상품을 전량 압수당하는 사례까지 생겼으며, 이에 시장 곳곳에 강한 공포 분위기가 조성됐다.
안변군에서는 가격 통제를 견디지 못한 상인들이 아예 시장에 나오지 않는 사태가 벌어졌다. 장사를 해도 손해만 남는 구조에서 상인들이 ‘장사 거부’를 선택한 것이다.
이로 인해 시장 자체가 마비되면서 상인뿐 아니라 시장관리소조차 계획 수행이 어렵다며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소비자-공급자-관리조직 모두가 피해를 보고 있으며, 사회주의식 통제경제의 구조적 실패가 그대로 드러난 상황이다.
상인들과 주민들은 겉으로는 말을 아끼지만, 뒤에서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국가가 주는 것도 없으면서 인민들 장삿길까지 막으면 도대체 어떻게 살라는 것이냐”, “도 경제를 살리려는 게 아니라 시장을 말려 죽이는 것” 등의 원성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같은 공산주의 통제경제의 전형적 모습인 ‘가격 규제’는 공급 부족을 초래하고, 시장 기능을 마비시키며, 결국 주민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가는 대표적 실패 정책이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주민 생활 개선이 아닌 체제 유지와 통제 강화만을 우선하고 있어 현장의 목소리는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
국내 한 북한 전문가는 "강원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격통제 강행은 단순한 물가 조절이 아니라, 장마당을 제도권 상업체계로 다시 끌어넣어 시장 자율성을 차단하려는 공산 독재 정권의 구조적 정책"이라며 "그러나 이미 주민들은 시장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공급 능력도 부족한 지방공장이 국가 가격만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조치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 당국의 ‘보여주기식 정책’에 시장은 멈춰섰고, 주민들의 삶은 더 피폐해지고 있다"며 "결국 이번 사태는 공산주의 통제경제의 비효율과 인권유린적 특성이 그대로 드러난 사례"라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