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국 모두에 역사적 순간"

대릴 커들 미 해군참모총장이 지난 14일 서울 모처에서 내·외신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
대릴 커들 미 해군참모총장이 지난 14일 서울 모처에서 내·외신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

미국 해군 최고위 지휘관이 한국의 핵추진잠수함(핵잠) 건조 추진에 대해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한국 핵잠이 중국 억제에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릴 커들 미국 해군참모총장은 14일 서울 한 호텔에서 내·외신 기자들과 인터뷰를 갖고 "한국이 핵잠을 건조하게 될 경우 전 세계적으로 운용하면서 글로벌 해군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그 잠수함이 중국을 억제하는 데 활용되리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예측"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잠 도입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북한뿐 아니라 중국도 직접 언급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이후 특정 국가를 지칭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으나 중국은 외교 경로로 한국에 우려를 제기했다.

커들 총장은 한국 핵잠 운용과 관련해 "주권 자산인 함정을 한국이 어떻게 운용하든 미국이 관여하거나 제한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한국 주변 해역에서 한국 잠수함과 함께 활동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동맹과 함께 협력해 핵심 경쟁적 위협인 중국 관련 공동 목표를 달성하기를 기대한다"며 중국을 ‘경쟁적 위협(pacing threat)’으로 규정했다. 그는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할리우드 영화 ‘스파이더맨’(2002년)의 대사를 인용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중국의 서해 구조물 설치 등에 대해서는 "방치하면 비정상이 정상으로 굳어질 위험이 있다"며 "일정한 선을 넘을 경우 한국과 함께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이나 한국군의 역할과 관련해서는 "강대국 간 충돌이 발생하면 사실상 전력 총동원에 가까운 상황이 된다"며 "어떤 방식일지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한국도 분명히 일정한 역할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커들 총장은 한국 핵잠 국내 건조 여부에 대한 질문에 "건조 장소 문제는 원칙적으로 백악관에 문의해야 한다"면서 "한화가 어떤 방식으로 조선 역량을 배분할지에 대해선 향후 추가적인 조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 행정부와 해군 내부에서 핵잠의 건조 방식과 생산 우선순위를 놓고 계속 논의하고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는 북한의 해군력에 대해서는 "미국에 위협이 되는 수준은 아니지만, 한국에 대해선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 해군 잠수함전력사령관 등을 지낸 커들 총장은 한국의 핵잠 추진과 관련해 "한미 양국 모두에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미국이 한국과 파트너로서 여정을 함께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강조했다.

지난 8월 제34대 미 해군참모총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방한한 그는 올해 별세한 자신의 부친이 6·25전쟁 참전용사였다는 점을 소개하고 "한국은 개인적으로도 특별한 나라"라고도 전했다.

그는 지난 15일에는 경남 거제의 HD현대중공업, 울산의 한화오션 사업장을 잇따라 방문해 인력과 시설을 확인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과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이사는 각각 커들 총장을 안내하며 한미 조선 협력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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