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

미국의 한국 정부에 대한 ‘안보청구서’가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핵추진 잠수함 도입 등 한국군 역량 강화에서부터 미국산 무기 구입 등 양국 정상의 안보 분야 합의를 담은 팩트시트(설명자료)가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5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곧 드러날 안보 분야 팩트시트에는 오는 2030년까지 250억 달러(약 36조원) 규모의 미국산 무기 구매 목록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핵잠 도입, 전작권의 이재명 대통령 임기 내 전환 등이 논의된 상태에서 국방예산 증액과 관련한 내용도 점점 선명해지고 있다.

또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제고를 위한 한미동맹 현대화에 대한 논의도 양국에서 공히 제기되는 있는 만큼 그에 대한 내용도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역시 안보 분야 팩트시트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한국의 핵잠 도입에 대한 양국의 협의 내용이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격 다뤄진 핵잠과 관련해 어떤 조율이 이뤄졌는지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 핵잠은 미국 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 등 풀어야 할 문제가 많은 만큼 더욱 관심을 끈다.

이와 관련해서는 안규백 국방부 장관의 말에서도 어느 정도 짐작된다. 안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인트 팩트시트(JFS·한미합동 설명자료) 작성 등이 어제 끝날 것으로 알고 준비했는데, 핵잠 등 여러 문제에서 미국 자체적으로 조율이 필요해 시간이 지체된 것 같다"고 밝혔다.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 장관도 전날 SCM을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핵잠 도입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승인 과정과 핵잠의 건조 방식, 핵연료 공급 여부 등에 대해선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런저런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은 한반도 방위를 한국군이 책임질 수 있도록 국방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핵잠 도입을 지원하고, 이 과정에서 미국산 무기를 판매하는 경제적 이득까지 취하는 내용을 팩트시트에 포함시킬 것이 확실해 보인다.

또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보를 통해 한반도 방위 역할로 한정된 주한미군이 중국 등 견제 역할까지 담당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군의 부담을 덜겠다는 의도도 담을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안보청구서’는 한국 방위의 한국화를 촉진한다는 명분을 살려주면서 실질적인 이득까지 취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은 이날 핵잠과 관련해 "미국 필리조선소에서 만들라는 건 사실상 하지 말라는 뜻"이라며 "우리 정부가 제대로 협상을 한 게 맞느냐"고 비판했다. 핵잠 추진에만 급급한 나머지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 건조’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성일종 의원은 "대한민국의 동맹국으로서 정말 도와준다고 한다고 한다면 잠수함을 한국에서 만들고 핵연료만 공급해 달라고 요청했어야 했다"며 정교하지 못한 협상 전략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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