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 계획이 있었구나"

남욱 녹취파일 공개 일파만파
李 대통령 재판 중지에도 사법리스크는 계속
노만석 사퇴로 검란 끝난 게 아냐...이제 시작이다

수원지법을 나서는 김만배씨. /연합

13일 정치권 안팎에서 전날 백광현 전 더불어민주당 책임당원이 공개한 대장동 일당 중 한 사람인 남욱 변호사의 녹음파일을 두고 갖가지 분석이 쏟아졌다.

재생된 녹음파일은 남 변호사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의 통화다.

통화에서 유 전 기획본부장은 "내가 잡혀오기 훨씬 이전부터 계획이 다 된 거야"라며 "이재명하고 진상하고 김만배하고 다 짜고"라고 말했다.

이에 남 변호사는 "그러니까. 넷이 합의를 다 본 거야"라고 맞장구를 쳤다.

남 변호사는 또 "그래서 얘네들이 스토리를 그때부터 시장해서 ‘형(유동규)하고 나하고 유착했고, 그래서 대장동 사업권을 나한테 주면서 천하동인 1호를 형이 받기로 했다’고 그림을 그린 거야"라고 말했다.

남 변호사는 이어 "그래서 김만배가 나한테 ‘(감옥에) 3년 정도 있다가 나갈 거야’라는 이야기를 한 게 저쪽하고 교감이 있었던 거 같아"라며 "‘3년만 참아라. 대통령 임기 중에 빼주겠다’는 교감이 있었으니까 자긴 3년만 살 거란 이야기를 주변에 되게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에 전원책 변호사는 이날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나와 "김만배 씨가 앞날을 다 내다보고 있었던 것 같다"고 짚었다. 이재명 정부 출범부터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민간업자 1심에 대한 검찰의 항소 포기까지 예견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뜻이다.

남 변호사와 유 전 본부장의 통화는 윤석열 정부 때인 2023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만배 씨가 언급한 대통령이 누구인지는 분명치 않다. 2023년이라는 시점을 전제하면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 풀이할 수 있으나, 윤 전 대통령이 김만배 씨 등 대장동 개발 비리 피의자들을 "(감옥에서) 빼 주겠다"고 할 이유가 없다는 점, 특히 정적인 이재명 대통령이 함께 엮여 있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김만배 씨가 윤 전 대통령을 지칭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이재명 대통령이냐는 물음이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김 씨가 대장동 개발의 설계자이자 같은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 중인 당시 성남시장인 이재명 대통령을 지칭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다.

하지만 2023년은 윤석열 정부 초기라는 점에서 이 대통령을 지칭했을 거라는 추측도 터무니없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그러나 재반론이 나온다.

김만배 씨는 대법관 로비를 통해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유죄판결을 대법원에서 뒤집은 장본인으로 의심받고 있는 만큼 그가 꿈꾸는 게 마냥 황당하기만 하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씨는 당시 이미 국회 의석 구조와 민주당의 정치 행태를 알고 있어 무차별 탄핵에 따른 정치적 격변을 예측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윤 전 대통령이 탄핵소추를 당했을 때 그가 민주당이 쳐놓은 덫에 걸려들었다는 분석이 있었다는 점에서 이런 가능성을 흘려듣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의 공세는 이날도 이어졌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 수석대변인은 남 변호사 녹음파일 공개와 관련한 이날 논평에서 "녹취 대화의 핵심은 ‘이재명, 정진상, 김용, 김만배 넷이 공모했고,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비리의 주범인 김만배를 임기 중에 빼주겠다고 약속했다’는 내용이다"라고 짚었다.

최 수석대변인은 이어 "검찰의 대장동 재판 항소 포기로 김만배, 남욱, 정영학은 천문학적인 부를 쌓았으며, 약 7천억 원에 달하는 범죄수익금 환수가 불가능하게 되었다"며 "이는 단순히 재판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이재명 대통령 임기 중에 빼주겠다’는 약속이 실제로 이행되고 있는 정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은 ‘유동규-검찰 유착설’을 내세워 오히려 검찰을 악마화하고, 이재명 대통령을 피해자인 것처럼 국민께 호도해 왔다"고 전제한 뒤 "이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고 있다"며 "대장동 피의자들 간 녹취자료를 통해 그 주장이 허구임이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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