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중간고사에서 연이어 부정행위가 발각돼 충격을 던지고 있다. 그것도 사학의 명문으로 알려진 연세대·고려대에서 일어난 일이다.
연세대에서는 수백 명이 수강하는 ‘자연어 처리와 챗GPT’ 과목 중간고사에서 집단 부정행위 정황이 드러났다. 600여 명이 수강하는 이 수업은 인원이 많은 만큼 비대면 수업에 중간고사 역시 비대면으로 치러졌는데 여기서 문제가 터졌다. 일부 학생들이 촬영 각도를 조정해 사각지대를 만들거나 컴퓨터 화면에 여러 프로그램을 겹쳐 띄워놓고 AI를 이용해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담당 교수가 자수하는 학생은 중간고사 점수만 0점 처리하고 발뺌하는 학생은 학칙대로 유기정학 처분을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해당 대학 관계자는 현재까지 40명 정도가 부정행위를 ‘자수’했고 부정이 의심되는 10명은 자수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이 사건은 인공지능과 더불어 살아가야 할 시간들에 대해 화두를 던진다. 자신의 머리를 쓰는 대신 자꾸 AI에 의지하게 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너 자신을 위해 AI를 적극 활용하라, 그러나 AI가 너의 생각과 글쓰기를 대체하도록 놔두지는 말라.
고려대에서도 중간고사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드러났다. 10일 한 신문 보도에 따르면 비대면 교양과목에서 ‘집단 부정행위’ 정황이 포착됐다. 문제가 발생한 수업은 ‘고령사회에 대한 다학제적 이해’로, 1400여 명이 수강하는 비대면 온라인 강의다. 이 강의에선 지난 10월 25일 컴퓨터를 통한 비대면 방식으로 중간고사를 치렀다. 그런데 일부 학생이 시험시간에 오픈채팅방에 문제를 공유하며 부정행위를 한 사실이 다른 학생들 제보로 밝혀졌다.
학교 측은 중간고사를 전면 무효화했다. 학교 측은 지난 10월 27일 공지를 통해 "명문사학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도저히 부정행위를 묵과할 수 없으므로 중간고사 전면 무효화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린다"고 밝혔다.
연대와 고대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서야 비로소 들어갈 수 있는 일류 대학들이다. 미래의 엘리트로 이 나라를 이끌어나갈 이들이 가장 기본적인 윤리를 저버리고 있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정치·사법권을 비롯해 지금의 어른들이 이들에게 정의를 말할 자격은 있는가. 우리의 교육과 기성세대를 돌아보게 하는 참담함이다.
- 기자명 자유일보
- 입력 2025.11.10 17:10
- 수정 2025.11.1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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