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식
김정식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첫 정상회담을 열었다. 5년 만기 70조 원 규모의 통화스와프 재체결, FTA 2단계 협상 가속, 공급망 협력 강화 등이 주요 성과로 포장됐다.

언론은 이를 "관계 정상화의 신호탄"이라 칭하고 이 대통령 역시 "한·중 관계를 전면적으로 회복하고,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서 실용과 상생의 길로 다시 함께 나아가게 됐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다"며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는 멍청한 친중반미 정권이, 위험한 종속의 굴레에 한 걸음 더 들어선 것이다.

우선 기존 규모의 연장에 불과한 통화 스와프는 유동성 안전망처럼 보이지만, 사실 위안화는 세계 결제 비중의 3% 남짓에 그치며 달러 대체 기능이 없다. 게다가 중국은 이미 한국 국채와 기업 지분을 꾸준히 매입하며 금융 레버리지를 확대하고 있다. 결국 미국과의 뚜렷한 관계 회복 없이 달러 통화 스와프 체결까지 거절당한 상황에, 이 협정은 통화 협력이 아닌 경제적 종속의 관문이 될 위험이 크다.

FTA 2단계 협상도 우려스럽다. 중국은 이미 한국 제조업의 중간재 시장과 기술 영역을 잠식했고, 대중 무역수지는 적자 상태다. 서비스·투자 분야에서는 한국이 우위라는 분석도 있지만, 일부 관광산업과 콘텐츠에 국한된다. 한국 GDP에서 관광이 차지하는 비중은 3% 남짓하다. 중국과 대한민국 관광객 비자가 한시적으로 면제됐지만 큰 도움도 없지 않나.

오히려 여전히 암묵적으로 지속되는 중국의 한한령과 반한감정, 짝퉁과 불법 OTT 시청 등으로 한국 콘텐츠 산업이 정상적으로 중국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길은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 시장을 열겠다는 것은 콘텐츠 산업이 중국 자본에 흡수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한동안 중국 자본이 망쳐놓은 할리우드 영화가 세계 시장에서 외면받았던 사례를 기억해야 한다.

더 심각한 것은 핵심 산업의 전략 부재다. 한국은 반도체·조선·배터리 등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가졌지만, 중국은 국가 보조금과 공급과잉, 기술 갈취로 격차를 좁히거나 오히려 앞서기 시작했다. 이 시점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FTA 확대가 아니라 공급망 다변화와 기술주권을 지켜내는 것이다. 아니 무엇보다, 미국과의 관계 회복이 그 어떠한 것보다 최우선 과제였을 것이다. 그러나 한미 관계는 점점 차갑게 식어가는 듯하고, 미국이 곱게 보지 않았을 한·중 회담마저 ‘관계 정상화’라며 경제·안보주권을 내어주기만 한 듯하다.

과연 중국도 이번 회담을 계기로 ‘관계가 회복됐다’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드디어 한국을 종속시킬 수 있는 기회가 활짝 열렸다’고 판단할까.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는 선택 가능한 이념이 아니라 생존의 근간이다. 좌파의 반미친중이 대한민국에 ‘종의 멍에’를 씌우고 있다.

숨을 거두는 날까지 ‘다시는 우리 국민이 종의 멍에를 메지 않게 해달라’ 기도하던 이승만 대통령이 통탄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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