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식
김정식

최근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이른바 ‘뒤집힌 한반도 지도’를 공개하며 대한민국·일본·필리핀을 하나의 전략 삼각축으로 제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반도가 더 이상 미·중 충돌의 변두리가 아니라, 미국과 함께 북한·중국·러시아를 동시에 견제하는 동북아의 전략적 중심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와 좌파 언론은 또다시 ‘전작권(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외치고 있다.

좌파 진영에서는 전작권을 마치 빼앗긴 주권을 되찾는 일처럼 포장해왔다. ‘왜 우리 군을 미군 사령관이 지휘하느냐, 미군 없이도 싸울 수 있다’는 식이다. 하지만 전작권은 단순히 감성의 문제가 아니다. 전쟁 억제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핵심 장치이자 생존의 문제다.

현재의 전작권 구조는 미국의 정보·정찰·위성·전략폭격기·미사일 등 모든 전략자산을 유사시 자동으로 대한민국과 연동시키는 ‘동맹의 안전장치’다. 어느 나라든 현재의 대한민국과 싸운다는 것은 곧 미국과 동시에 싸우는 것이다. 이 구조 자체가 억제력이며, 전쟁을 막는 힘이다.

그러나 전작권이 환수되는 순간부터 미군은 동맹으로서 지원만 할 뿐, 함께 피를 흘리며 싸울 책임은 사라진다. 대한민국이 북한·중국·러시아를 상대로 홀로 맞설 수 있나? ‘우리가 주인이니 미군을 마음대로 지휘하겠다’라는 발상은 지휘권의 권한과 책임, 동맹의 작동 원리도 모르는 사춘기식 판타지에 가깝다.

문제는 단지 지휘권이 아니다. 세계 그 어느 나라도 미군 수준의 위성·정찰·야간전투·전자전·통합지휘통신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 그렇다면 전시에 이 모든 장비와 체계를 알고 있는 미군 지휘관이 통제하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방위 출신 국방부장관이나 실전 경험 없는 ‘똥별’이 통제하는 것이 맞을까?

심지어 대한민국 바로 옆에는 그 미군에 도전하는 중국이 있다. 북핵은 말할 것도 없고, 한반도를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의 2000여 발 미사일이 발사될 경우, 탐지·요격·보복 타격의 전 과정을 한국군 단독 체계로 수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 공백을 채워주는 존재가 바로 주한미군이며, 한미 연합지휘 체계다.

전시를 가정한 상황보다 당장 경제가 더 우려스럽다. 대한민국이 ‘휴전국’임에도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오직 한미동맹 덕분이다. 전작권 구조가 흔들리고 미국의 개입 가능성이 약화되는 순간, 한국은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라 ‘동아시아 최대의 지정학 리스크’로 취급될 것이다.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는 폭락할 것이며, 주식·부동산·채권 시장 역시 손쓸 수 없을 만큼 흔들릴 것이다.

전작권 논쟁의 본질은 특정 진영의 자존심 경쟁이 아니다. 수많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이 땅의 자유가 걸린 문제다. 전작권은 ‘환수’ 대상이 아니라, 미국의 전략자산과 책임을 최대한 끌어오는 지렛대로 활용해야 할 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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