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식
김정식

2025년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는 대한민국 정치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인사말 직후 관례에 따라 이석하려 하자, 법사위원장인 추미애는 조 대법원장을 ‘증인’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전환하고 증인 선서도 없이 곧바로 질의를 시작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례 없는 감금’이라고 반발했으나, 더불어민주당과 좌파 성향 의원들은 ‘윤석열과 만난 적 있느냐’, ‘한덕수와 만난 적 있느냐’ 등 막무가내로 질의를 강행했다. 대선 기간에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이 유죄취지로 파기 환송된 것을 두고, ‘선거 개입 시도’라고 주장하며 조 대법원장을 향해 정치적 보복에 가까운 십자포화를 퍼부은 것이다. 재판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의회 권력을 총동원해 사법부를 길들인다는 좌파 세력의 전략을 명확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무소속 의원 최혁진은 조 대법원장 얼굴과 일본식 상투를 합성한 사진과 함께 ‘조요토미 희대요시’라는 패널을 들고 "대법원이 일본 대법원으로 변질하려 한다"는 주장을 공공연히 제기했다.

이에 더해 최혁진은 국감에 출석한 나경원 의원 배우자 김재호 춘천지방법원장에게 "김건희 여사의 계부이자 (김 여사 모친) 최은순 씨의 내연남 김충식 씨를 아느냐"며 "김씨가 공개적인 석상에서 새로 만나는 내연녀로 알려진 여성은 나 의원 언니가 소개했다고 이야기했다. 모르냐"라고 물었다. 김 법원장은 "모른다"며 "나 의원은 언니가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최혁진은 "김씨를 고소·고발하겠냐"고 세 차례 물었고 김 법원장은 "나 의원은 언니가 없다"는 답을 다섯 차례 반복하기까지 했다.

더 우스꽝스러운 건, 이 자극적 장면들이 곧바로 ‘사이다 영상’이라며 셀프 재가공돼 정치적 수익으로 환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혁진은 국감장에서의 만행 이후 자신의 유튜브 계정에 관련 영상을 게시했고, 곧 연간 후원 한도(1억 5000만 원) 조기 마감을 공개했다.

국정감사는 대한민국 주권자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국회가, 국정 전반에 대해 감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이따위 행태가 주권자의 권한을 위임받은 자들의 행동일까. 국정감사 기간 유치하고 저열하고 한심한 공격만 남발됐고, 좌파 진영의 완장질과 분풀이만 보였다.

이번 국감이야말로 ‘의회 민주주의는 이미 무너졌음’을 국회가 자인한 무대였다고 생각한다. 많은 국민에게서 ‘혁명으로 정치를 갈아치운 네팔이 대한민국보다 낫다’는 푸념이 나올 지경이다. 국민이 체감하는 정치의 타락이 그만큼 깊다는 경고일 것이다. 대의민주주의의 상징인 의회가 이렇게 망가지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들에게 그럴 권한을 위임한 적 없는 우리 국민은 도대체 무엇을 어찌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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