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인권단체 주도 ‘2025 서울 북한인권세계대회’ 22-24일 개최
20년 만의 세계대회...한국 민간 주도로 9개국 76개 단체 한뜻 모여
북한 인권 실태 고발과 자유 통일 비전 제시…국제사회의 연대 강화
서울광장 ‘통곡의 벽’·공개처형 퍼포먼스 등...북한 현실 체험형 전시
북한 인권문제 해결을 위해 전 세계 인권단체들이 서울에 모인다.
‘2025 서울 북한인권세계대회’가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서울광장과 더플라자호텔서울에서 열린다. 주제는 “그들을 자유케 하라”(Let Them Be Free)로, 이번 행사는 2005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북한인권국제대회’ 이후 20년 만에 열리는 대규모 국제행사다.
이번 대회는 과거 미국 정부의 재정 지원으로 치러졌던 이전 대회와 달리, 한국 민간단체들이 직접 기획하고 주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북한인권민간단체협의회(9개국 76개 단체)와 국제인권재단(Human Rights Foundation)이 공동 주최하며, 한국교회가 중심이 되어 북한 동족 해방과 자유통일의 의지를 전 세계에 선포할 예정이다.
조직위원장 임창호 북한인권민간단체협의회 공동대표는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대회는 지난 30년간의 북한 인권운동을 돌아보고, 앞으로 국제사회가 어떻게 연대해야 할지 논의하는 자리”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한국교회와 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억류 선교사 석방 서명운동'을 진행해 북한 억류자들의 귀환을 촉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대회는 단순한 포럼이 아닌 학술·전시·공연·체험이 결합된 ‘토탈 컨벤션’ 형식으로 진행될 계획이다. 북한의 실상을 체험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다양한 콘텐츠가 마련돼 있으며, 모든 세대가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행사로 구성됐다.
서울광장 전시관에는 북한 지하교인들이 몰래 베껴 쓴 필사 성경 26권과 낱장 17장, 순교자의 일기 원본, 탈북민들의 SOS 편지 40여 개, 북한 인권 공모전 출품작 등이 전시된다. 또 ▲남북 음악가 합동 콘서트 ▲영어 스피치 대회 ▲대형 ‘통곡의 벽’ ▲공개처형 퍼포먼스 ▲300만 아사 희생자 추모관 ▲강제북송 피해자 추모관 등도 운영된다.
공연에는 사무엘 윤 서울대 교수, 북한 출신 기타리스트 유은지, 피아니스트 황상혁, 팝페라 가수 명성희, 탈북민 합창단 ‘물망초’, 남성 중창단 ‘라클라쎄’ 등이 참여해 음악으로 북한의 아픔과 자유의 소망을 노래한다.
22일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리는 ‘NK 인사이더 포럼’에서는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이 기조연설을 맡아 “북한 인권과 국제사회의 대응, 그리고 자유통일의 길”을 주제로 연설한다. 이어 23일 열리는 국제포럼에서는 ▲니콜라스 에버슈타트(미국 기업연구소 석좌) ▲니콜라이 슈프레켈스(독일 SARAM 대표)▲수잔 숄티(미국 디펜스포럼 대표) 등 세계적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북한에서 최장기로 억류됐다가 석방된 임현수 목사(TMTC 대표), 탈북 청년 유튜버 정유나(정유나TV) 씨도 이번 대회에서 직접 증언에 나선다. 이와 함께 9개국의 탈북민 대표들이 참여하는 ‘디아스포라 세션’, 청년들이 자유통일과 국제협력을 논의하는 ‘2030 가상 유엔총회’도 예정돼 있다.
대회 종교분과위원장 정베드로 공동대표는 “이번 대회는 80년간 북한 구원을 위해 기도해온 한국교회의 응답의 시간”이라며 “이제는 교회가 영적 싸움의 최전선에 서야 할 때”라고 전했다. 그는 “1866년 토마스 선교사의 순교로 시작된 평양 부흥의 역사, 그 복음의 불씨를 다시 되살릴 때”라며 “김정은의 ‘두 국가’ 발언으로 통일 논의가 위축된 지금, 한국교회가 용기 있게 일어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이번 행사 준비 과정에서 일부 기업들이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후원을 철회해 재정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 위원장은 “필요 예산 5억원 중 4억4000만원이 철회돼 전액 민간에서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한국교회 1천만 성도가 커피 한 잔 값인 1만 원씩만 후원해도 성공적인 대회가 된다”고 전했다.
주최 측은 이번 대회를 통해 북한 인권 문제를 국제사회가 다시 주목하게 만들고, 한국 정부 역시 인도적 관점에서 정책 변화를 모색할 계기로 삼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또한 이번 서울 대회를 시작으로, 향후 각국에서 순회 개최되는 ‘북한 인권 세계대회’ 시리즈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대회 한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단순한 포럼이 아니라, 북한 주민들의 자유를 위한 영적 외침이자 교회가 세상을 향해 던지는 선언문"이라며 "'그들을 자유케 하라'는 주제처럼, 이제 한국교회와 국민이 함께 행동으로 응답할 때"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