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과방위 ‘정쟁 전운’…‘김현지’ 출석 공방까지 예고돼
"대기업 총수 소환 자제"하겠다던 與…역대 최대 규모 소환

서울 여의도 국회 모습. /연합

국회가 추석 연휴 직후인 13일부터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국정감사에 돌입한다. 여야는 각각 ‘내란 잔재 청산’과 ‘현 정부 실정 부각’을 내세우며 정면 충돌을 예고했다. 전임 윤석열 정부의 책임을 묻겠다는 여당과 이재명 정부의 국정 난맥상을 부각하겠다는 야당의 입장이 맞서면서, 이번 국감은 사실상 ‘정권 심판전’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이번 국감은 17개 상임위원회가 총 834개 기관을 대상으로 이달 31일까지 진행하며, 국회운영위원회 등 겸임 상임위는 다음 달 5~6일로 예정돼 있다. 주요 쟁점은 검찰청 폐지,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증인 출석 문제,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인한 정부 전산망 마비, 한미관세협상 교착 등으로 꼽힌다. 정치권에선 정치·경제·사법 전 분야에 걸친 ‘지뢰밭 국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먼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국감을 ‘윤석열 내란 잔재 청산’의 무대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12·3 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김건희·내란·순직해병 등 3대 특검 관련 부처에 대한 질의를 준비 중이다. 또 의대 정원 확대, 대왕고래 프로젝트, 한수원-웨스팅하우스 계약 등 전임 정부 정책을 문제 삼아 "무능과 실정을 청산하겠다"는 구상이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민생 회복을 위한 이재명 정부의 의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남긴 실정의 흔적을 말끔히 지워내겠다"고 말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출범 넉 달 만에 이재명 정부의 실정이 드러났다"며 맞불을 놓고 있다. 한미관세협상 교착에 따른 대미 통상 리스크, 물가·금리·부동산 불안 등 경제 문제를 집중 추궁하고,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정부가 대외 변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안보 불안을 키웠다고 비판할 계획이다.

장동혁 대표는 "이재명 정권의 실정을 낱낱이 밝히고 무너진 국가 시스템을 바로 세우는 데 집중하겠다"며 "이제 바로잡을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국감에선 법제사법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여야 충돌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사위는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대선 개입 의혹’을 둘러싼 공방이 핵심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조 대법원장이 불출석한 청문회 이후 오는 13일과 15일 이틀간 대법원을 상대로 국감을 실시하고, 현장검증까지 추진한다. 조 대법원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결정에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는 주장을 다시 꺼내 들며 사법부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이를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사법부 겁박 행위"라며 현장검증에 동행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과방위에서는 방송통신위원회 폐지와 이진숙 전 위원장 체포·석방 논란을 놓고 여야가 정면충돌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검찰의 체포가 부당하지 않다며 수사 경위를 따져 묻겠다는 방침이고, 국민의힘은 "이 전 위원장에 대한 무리한 체포로 정권이 언론 장악 의도를 드러냈다"고 비판하고 있다.

운영위원회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증인 출석 여부가 뜨거운 감자다. 국민의힘은 "총무비서관에서 부속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국감 회피용 인사"라며 ‘비선 실세’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김 부속실장 본인도 출석할 의사를 내비쳤다"면서도 "정쟁용 소환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 밖에도 외교통일위원회는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 배터리 합작공장 구금 사태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한미관세협상 교착 문제를 집중 다룰 예정이다. 행정안전위원회는 국정자원 화재로 인한 전산망 마비 책임을, 정무위원회는 연이은 금융·통신 해킹 사태를 추궁할 계획이다. 국토교통위원회는 최근 발표된 부동산 공급대책의 실효성과 대출 규제 완화의 부작용을 검증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출범 초기에 첫 국감에서 "대기업 총수 소환을 자제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최태원(SK), 정의선(현대차), 정용진(신세계)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이 줄줄이 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국회에 따르면 17개 상임위 중 15곳이 기업 관계자 200명에 달하는 증인·참고인을 채택해 역대 최다 규모를 기록했다. 정무위는 계열사 부당지원 문제로, 행안위는 하청노동자 집회 관련 사안으로, 산업위는 소비자 정보보호 실태 점검을 이유로 총수들을 불러냈다.

경제계에서는 "질의도 없이 불러세우는 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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