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30일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 지귀연 부장판사 등의 불출석이 예견되었음에도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강행할 듯하다가 갑자기 방향을 틀었다.
증인과 참고인 없는 ‘맹탕’ 청문회가 될 것이라는 비판이 일자 민주당 주도 국회 법사위는 30일 오는 15일 대법원 현장검증을 실시하기로 했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이날 예고도 없이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대법원 현장검증 실시계획서 채택의 건’을 안건으로 올려 국민의힘 의원들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만으로 의결 처리했다.
당초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 등의 불출석에도 계획대로 청문회를 진행한다는 방침이었다. 증인이 출석하지 않더라도 조 대법원장 대법원에 대한 공세의 장으로 만들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과 대법관들, 지 부장판사의 빈자리라도 국민에게 보여주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민주당은 증인 불참석을 명분으로 다가오는 법원 국정감사에서 청문회 수준의 고강도 검증을 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돌연 현장검증이라는 새 카드를 꺼낸 것이다. 현장검증은 청문회보다 더 큰 파장을 낳을 것이라는 계산을 했을 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야당은 반발하고 있다. 곽규택 국민의힘 원내 수석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더불어민주당의 헌정질서를 무너뜨리는 발상이 이제는 행동으로 옮겨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곽 대변인은 "취재원이 누구인지도 불분명한 ‘조희대 대법원장 4인 회동설’을 앞세워 청문회를 열겠다던 민주당이, 아무도 오지 않는 텅 빈 청문회의 그림자가 드리우자 당황한 모양새"라고 꼬집으며 이같이 말했다.
곽 대변인은 현장검증 안 의결에 대해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을 불러 세우는 것도 모자라 대법원의 문서, 사건 전산 로그, 심지어 보안자료까지 들춰보겠다는 것"이라며 "집권여당 스스로도 근거 없는 ‘4인 회동설’만으로는 명분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대법권 증원과 관련된 법원행정처의 소요예산 산출 근거를 끼워 넣어 현장검증을 정당화하려는 뻔뻔한 태도까지 취했다"고 격하게 비판했다.
곽 대변인은 이어 "민주당의 생각은 사법부의 독립을 무너뜨리고 정치 공세를 지속하려는 것"이라며 "생각보다 더 위험한 것은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행동까지 나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당은 대법원 확정판결을 헌법재판소에서 다시 다툴 수 있도록 하는 ‘재판소원 제도’ 도입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지도부는 백혜련 사법개혁특위 위원장과 최근 관련 논의를 했으며, 사실상 추진 방침을 굳힌 것으로 전해진다.
판사 출신인 민주당 김승원 의원은 29일 김어준 씨 유튜브에 출연해 "사법부가 자정 노력을 하지 않으면 재판소원 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 헌법재판소법 68조 1항은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민주당은 여기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이라는 문구를 삭제한다는 구상으로 알려진다.
법조계에서는 이에 대해 3심제를 4심제로 바꾸는 것이라며 사법부 독립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야권에서는 "‘자정 노력을 하지 않으면’이라는 단서를 단 건 민주당의 말을 듣지 않으면 사법부를 무력화하겠다는 이야기인데, 그러잖아도 납작 엎드린 사법부에 뭘 더 어쩌라는 것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베네수엘라는 독재 정권이 사법부를 장악하면서 민주주의가 형해화되었다"고 상기시키며 민주당의 사법부 압박에 경계심을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