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호
강병호

1882년 임오군란은 구식 군인에 대한 차별과 조정의 부정부패에서 비롯됐지만, 그 결말은 조선 민중의 희생과 자주권 상실이었다. 난(亂)을 진압하기 위해 파견된 약관의 청국 지휘관 위안스카이(袁世凱)는 고종에게 "반란에 가담한 자들을 엄중히 처벌하라"고 압박했다.

<고종실록>에는 이후 수많은 조선인이 처형되거나 유배된 사실이 기록돼 있다. 이는 고종이 자국민을 보호하지 않고 외세에 굴복한 비굴한 선택이었다. 자기 나라의 민심보다 대국의 심기를 우선시한 결과, 조선은 속국의 지위로 전락하고 말았다.

140여 년이 지난 오늘, 9월 19일 국무총리실 보도자료에 따르면, 김민석 국무총리는 서울 명동과 대림동 일대에서 열린 반중 집회를 두고 "필요시 강력히 조치하라"는 지시를 경찰에 내렸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결사의 자유를 제약하는 발언이자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태도로 비칠 수 있다. 위안스카이 압력에 굴복해 자국민을 억눌렀던 고종의 나약한 모습과, 외세의 심기만 살피며 집회를 제약하려는 김민석 총리의 모습은 시대만 다를 뿐 유사성이 보인다고 할 수 있다.

통계는 민심을 보여주고 있다. 2025년 아산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국가 호감도 점수는 미국 5.92점, 일본 4.51점, 중국 3.13점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래의 우방으로 미국을 꼽은 응답자는 85.8%에 달했으나 중국을 택한 응답자는 14.2%에 불과했다. 일본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지만, 중국은 여전히 낮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재명 정권은 민심과 괴리된 태도를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김민석 총리의 형인 김민웅 씨가 정반대 자리에서 또 다른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는 것이다. 19일자 파이낸스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그는 13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제157차 촛불 대행진에서 도널드 트럼프 얼굴이 그려진 대형 플래카드를 찢고 마네킹을 망치로 내려치는 퍼포먼스를 주도했다. 500여 명이 모인 이 집회에서는 "양키 고 홈" 구호가 울려 퍼졌다. 또한 그는 SNS를 통해 "트럼프의 미국은 양키 제국주의의 끝판"이라 비난하기도 했다. 이것이야말로 이재명 정권이 비판해 온 ‘혐오 집회’의 전형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두 형제의 행보는 난형난제(難兄難弟)라 할 만하다. 한 쪽은 반중 집회를 억누르고, 다른 쪽은 반미 퍼포먼스로 선동한다. 서로 다른 길을 걷는 듯하지만, 본질적으로는 같은 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 조선이 사대 외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망국에 이른 것처럼, 오늘날 대한민국이 국민의 자유와 여론을 외면한 채 현대의 위안스카이 눈치만 본다면 다시금 같은 길을 갈 위험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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