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5의 LG에너지솔루션 부스에 46시리즈 배터리가 적용된 전기차 하부 모형이 전시돼 있다. /연합
최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5의 LG에너지솔루션 부스에 46시리즈 배터리가 적용된 전기차 하부 모형이 전시돼 있다. /연합

미국 차세대 배터리 기업 나트론 에너지가 파산 위기에 놓였다.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장기화로 북미·유럽 배터리 기업들의 사업이 연이어 좌초된 가운데 K-배터리 3사를 비롯한 ‘빅5’ 체제가 한층 견고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나트륨 이온 배터리 제조업체인 나트론 에너지는 이달 초 캘리포니아주 본사와 미시간주 공장을 영구 폐쇄하고 임직원들을 해고했다. 회사는 최근 노스캐롤라이나주에 계획했던 14억달러 규모의 신공장 건설 프로젝트도 중단했다.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투자 계획을 알린 지 약 1년 만이다.

이는 전기차 캐즘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나트론 에너지는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과 친환경성을 강점으로 사업을 확장했으나, 투자 유치와 신규 수주 확보에 실패하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유럽 최대 배터리 기업인 스웨덴 노스볼트가 캐즘과 가격 경쟁에 밀려 파산했으며, 노르웨이 프레이어도 26억달러 규모의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철회했다.

배터리 전문 소식지 ‘더 배터리 크로니클’의 크리스토퍼 치코 분석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서구(북미·유럽) 배터리의 꿈은 계속 무너진다"며 "반대로 아시아 기업들은 경쟁 우위를 다져왔다"고 분석했다.

실제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아시아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기준 상위 10개사는 모두 아시아 기업이다. 배터리 정보업체 벤치마크미네랄인텔리전스(BMI)는 2022년 "전 세계 120여개 배터리 업체 가운데 상위 9개가 글로벌 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측했으나, 불과 2∼3년 만에 과점 구도는 빠르게 좁혀졌다.

올해 1∼7월 기준 상위 5개사(CATL·BYD·LG에너지솔루션·CALB·SK온)의 점유율은 73.4%로, 사실상 ‘빅5’가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상위 기업들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굵직한 계약을 잇달아 쌓아가면서 나머지 기업들이 끼어들 여지는 갈수록 좁아진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산업은 기술 경쟁을 넘어 자본·공급망 안정성·품질 관리까지 아우르는 종합적 경쟁력이 요구된다"며 "결국 소수 플레이어만이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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