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재명 대통령이 뉴욕에서 다국적 투자 회사 블랙록과 손잡고 ‘한국을 AI 수도로 만든다’는 MOU를 체결했다. 한국에 AI 데이터센터를 지어 아시아권의 AI 허브센터로 만들고 전력수급은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같은 신재생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다.
겉으로 보면 이 대통령이 굉장한 성과를 이룬 것처럼 보인다. ‘다국적 투자회사의 대규모 투자’, ‘아시아의 AI 수도’, ‘신재생 에너지’. 뭔가 대단하고 신선해 보이는 단어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업은 자세히 보면 현실성이 전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AI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려면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 막대한 전력을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신재생 에너지를 기반으로 AI 데이터센터를 건립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실제로 미국, 유럽 주요국, 심지어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엔비디아의 젠슨 황까지도 AI 시대 해법은 신재생에너지가 아닌 원자력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 세계적으로 감소세로 들어서던 원자력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설사 신재생 에너지로 필요한 전력을 수급할 수 있다고 해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신재생 에너지 발전에 적합하지 않은 환경을 지닌 우리나라에서 그나마 효율적으로 신재생 에너지 발전을 할 수 있는 곳은 호남지방이다. 문제는 여기에서부터 발생한다.
호남에서 수급한 전력을 AI 데이터센터가 지어질 수도권으로 송전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대규모 송전망이 필요하다. 호남에서 수도권까지 송전망을 설치하려면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 경제성이 없어진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송전망이 지나가는 곳의 주민들이 송전탑 설치를 반대하게 된다면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도 송전망을 설치할 수 없게 된다. 한마디로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
혹자는 AI 데이터센터를 호남에 지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항변하겠지만 이것 역시 사실상 불가능하다. AI 관련 인력은 전세계에서 탐내는 고급 인력이다. 지금도 유수의 인재들이 미국 실리콘밸리로 유출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도권도 아닌 호남지방에 소재한 AI 데이터센터에 올 AI 고급 인력이 있겠는가? 국민연금의 핵심부서인 기금운용본부가 전주로 이전한 이래로 만성적인 인력 부족을 겪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이재명 정부는 현실적 검토 없이 ‘AI 명분 투자’라는 포장에 국민의 막대한 세금을 갈아 넣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의도가 있길래 이런 허무맹랑한 MOU를 맺은 것인가? 이재명 정부는 즉각 이 허구적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국가의 장기적 에너지 전략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