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3년 연속 대출 이자 못 내는 기업 17.1%"
대기업 1년 만에 13.7%나 한 계기업 전락 경제 심각

3년 이상 한계 상태 기업도 36.5%에서 44.8%로 급증
대출연체 장기화하는 자영업자 취약차주 비중도 80%

/연합

3년 연속 대출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한계기업 비중이 14년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특히 불과 1년 만에 15% 가까운 대기업이 한계 기업으로 전락한 것으로 나타나 한국 경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외부감사 기업 중에서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을 밑도는 한계기업 비중이 17.1%로 1년 전보다 0.7%포인트(p) 상승했다. 이는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돌았다는 것은 한 해 동안 벌어들인 돈으로 대출 이자조차 갚지 못했다는 의미다.

기업 규모별로는 중소기업의 한계기업 비중은 2023년 17.4%에서 지난해 18.0%로 0.6%p, 대기업은 12.5%에서 13.7%로 1.2%p 늘었다. 이는 대기업 가운데 13.7%가 1년 만에 한계기업으로 전락했다는 의미로 전년에 비해 9.6% 증가한 것이다.

3년 이상 한계 상태에 빠진 기업 비중도 2023년 36.5%에서 지난해 44.8%로 증가했다. 반대로 1년 사이 한계 상태에서 정상 상태로 돌아온 기업 비중은 2023년 16.3%에서 지난해 12.8%로 줄었다. 그만큼 회복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실적 부진, 과다 차입 등으로 부실 가능성이 큰 고위험 한계기업 비중 역시 2023년 5.5%에서 지난해 7.0%로 상승했다. 업종별로는 부동산(39.4%)과 숙박·음식(28.8%) 등에서 한계기업 비중이 높았다. 2023년과 비교하면 부동산(34.5→39.4%), 정보통신(17.3→20.8%), 석유화학(10.1→11.1%), 전기·전자(14.2→15.4%) 등의 상승률이 올랐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도 장기화하는 흐름이다. 취약차주 대출 연체율이 고공행진 중인 가운데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연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자영업자 취약차주 비율이 80%에 육박했다. 자영업자 취약차주 비중은 2022년 하반기 이후 상승세를 지속해 올해 2분기 말 차주 수 기준 14.2%, 대출 기준 12.2%에 달했다. 반면에 가계 취약차주 비중은 2021년 이후 대체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올해 2분기 말 비중은 차주 수 기준 7.0%, 대출 기준 5.2%로 비교적 낮았다. 자영업자 취약차주의 비은행 대출 비중은 2022년 이후 계속 상승해 2021년 말 45.1%에서 올해 2분기 말 53.9%로 뛰었다. 70세 이상 고령 차주 비중이 유독 컸다. 자영업자 취약차주 중 고령 차주의 대출 비중은 올해 2분기 말 28.7%로, 20∼30대 차주(8.7%)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올해 2분기 말 취약차주의 대출 연체율은 자영업자가 11.34%, 가계가 10.48%로 집계됐다. 취약차주 중 연체 차주 비중은 자영업자가 25.6%, 가계가 20.1%였다. 신규로 대출 상환을 연체하는 비율인 연체 진입률과 연체 상태를 유지하는 비율인 연체 지속률도 상승했다. 2021년 약 2.5% 수준이었던 자영업자와 가계 취약차주의 연체 진입률은 올해 2분기 말 각각 4.42%, 3.90%로 높아졌다. 한은은 "취약차주 부실이 전방위로 빠르게 전이될 수 있다"며 "신용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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