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숙
박희숙

추석 한가위가 다가왔다. 추석은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고 다음 해 풍년을 기원하는, 1년 중 가장 풍요로운 날이다. 그동안 떨어져 있던 가족·친지·친구들이 만나 정을 나누는 날이기도 하다. 그런 자리에 항상 빠지지 않는 것이 술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술의 신은 디오니소스, 로마 신화에서는 바쿠스로 불린다. 디오니소스는 제우스 신과 테베 공주 세멜레의 아들이다. 헤라의 계략에 의해 세멜레가 죽는 순간 제우스가 그녀의 몸에서 꺼내 살린다. 그리고는 전령 헤르메스를 시켜 소아시아 니사 산에 사는 님프들에게 보낸다. 님프들은 그가 장성하자 포도 재배법과 즙 짜는 기술을 가르친다.

청년이 된 디오니소스를 못마땅하게 여긴 헤라는 그를 미치광이로 만들고 살던 곳에서 쫓아내 세계 각지를 떠돌게 한다. 떠돌던 와중 여신 레아를 만나 치료를 받아 정상으로 돌아온 디오니소스는 아시아로 떠난다.

인도에 이르러 몇 년을 머물면서 디오니소스는 깨달음을 얻는다. 그는 영혼의 윤회를 믿었고 육체는 악하고 영혼은 선한 것으로 여겼다. 디오니소스는 포도 재배, 포도즙 짜는 기술과 함께 자신의 신앙을 전파한다.

방랑을 마친 디오니소스가 고향 그리스로 돌아오지만, 그리스 왕 펜테우스는 그의 신앙을 금지시킨다. 그러나 왕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친 여자들이라는 뜻을 가진 마이나데스와 본능과 욕망에 충실한 반인반수 숲의 신 사티로스들이 디오니소스를 따른다. 이들은 한 손에 포도송이를 다른 손에는 디오니소스를 상징하는 지팡이와 탬버린처럼 생긴 팀파논을 열정적으로 흔들며 술에 취한 채 광란의 춤을 춘다.

이는 디오니소스 축제로 불렸으며, 이 축제는 이후 그리스 연극의 기원이 됐고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는 연극의 뿌리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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