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주주의가 허약해 보여도 고생한 만큼 거두는 것도 있다. 비정부 시민단체들의 성장이다. 아직은 친북·좌파 단체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편이지만 보수 시민단체와 합리적 중도를 표방하는 단체들도 꾸준히 활동한다.
보수적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지난 주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민주당 대표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방송인 김어준씨를 강요와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서민위는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비롯해 대법관 증원과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압박 등 사법부 장악 시도는 법치 국가 존재를 부정하는 부적절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서민위가 점찍은 이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 김어준씨는 현 정권을 움직이는 사실상 3인이다. 방송인 김씨는 코미디 저널의 일종인 딴지일보를 만들어 대중의 인기를 얻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진짜 언론인처럼 행세하더니 지금은 여권 국회의원들을 쥐고 흔드는 권력을 얻었다. 현재 우리 정치권과 대중의 총체적 지적(知的) 수준이 얼마나 저열해졌는지 가늠할 수 있을 듯싶다.
눈여겨 볼 대목은 우리나라 비정부 민간단체(NGO) 1호인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에 우려를 표명한 사실이다. 지난 16일 경실련은 성명을 내고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는 사법부 독립 원칙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절제와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외부 기구가 판사 선발에 개입해 특정 사건 전담 재판부를 두는 것은 위헌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면서, "이 제도가 선례화되면 다른 정치 사건에서도 남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의 성명은 정치적 행위에 대한 법률적 적용을 신중하게 접근하면서, 자유민주주의 삼권분립 시스템을 존중하고 있다. 이같은 자세는 현 여야 정당들보다 수준이 많이 높은 편이다. 경실련은 1989년 박세일 전 서울대 법대 교수와 서경석 목사 등이 처음 만들었는데, 80년대 운동권 회원들이 늘어나면서 좌경화됐다가 최근 합리적이면서 엄격한 자유민주적 스탠스로 복원됐다.
이들 NGO들의 진성성 있는 분투를 보면 머리에 든 것 없는 국민의힘보다 백배는 나은 것 같다.
- 기자명 자유일보
- 입력 2025.09.21 16:04
- 댓글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