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m 허공 가르는 '극한 곡예'...아슬아슬 숨이 멎는 '극한 예술'

전 세계 800만 명 이상 관객이 사랑하는 태양의 서커스 ‘쿠자’가 2025년 내한공연을 갖는다. 2018년 초연 당시 20만 명 이상 관객들이 봤던 그 공연이 업그레이드 돼서 다시 오는 것이다. 제목 ‘쿠자’는 상자·보물을 뜻하는 고대 인도어 ‘코자’(KOZA)에서 유래한 것. 아크로바틱 퍼포먼스와 위트, 환상적인 무대예술로 정평이 나있는 태양의 서커스를 보며 오랜만에 시선을 허공에 띄워 보자.

/마스트인터내셔널

서커스라는 장르의 재해석

우리에게는 동춘서커스가 있었다. 그런데 점점 쇠락해지며 이제는 서커스 보기 힘든가 보다 했더니 어느 순간 번쩍 하고 태양의 서커스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글로벌해진 것이다.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는 현대 서커스의 아버지라 불리는 기 랄리베르테가 1984년 캐나다 퀘백에서 창단한 예술그룹이다. 지금까지 전 세계 90여개 국, 1450여개 도시 무대에 올랐으며, 창단 당시 73명이던 직원 수는 현재 약 3300명으로 늘었다.

태양의 서커스는 기존 서커스의 필수 요소였던 동물 공연과 곡예를 과감하게 빼버리고, 예술적 스토리텔링과 음악·무용·조명을 접목해 새로운 형태의 공연을 만들어 냈다. 서커스라는 장르 자체를 재해석한 것이다.

이후 태양의 서커스만의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이며 방송계의 아카데미라 불리는 에미상, 연극·뮤지컬 분야의 권위 있는 상인 드라마 데스크와 바비상 등을 수상했다. 작품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무대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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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서커스 정수 모은 ‘쿠자’

‘쿠자’는 전통 서커스의 스릴과 현대적 연출이 절묘하게 결합된 공연이다. 마법의 힘을 가진 수수께끼 인물인 트릭스터가 주인공 이노센트를 이상하고 유쾌한 세계로 이끄는 서사를 담고 있다. 순수한 청년이 환상적인 세계 속에서 겪는 모험과 자아 발견의 과정이 줄기를 이룬다.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극한의 긴장감을 선사하는 아크로바틱이다.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9개 퍼포먼스는 각각 독립적인 예술작품이면서도 하나의 큰 이야기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7.6m 상공에서 줄 하나에 의지해 균형의 예술을 선보이는 ‘하이 와이어’(High Wire)와 두 개의 큰 휠에 매달려 중력을 거스르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휠 오브 데스’(Wheel of Death)는 놓치면 안될 순간이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유연성을 보여주는 ‘컨토션’(Contortion), 팽팽하게 당긴 줄 위에서 균형을 잡으며 묘기를 선보이는 ‘타이트로프’(Tightrope)도 숨을 멎게 하기 충분하다.

이번 공연에서는 기존 레퍼토리의 완성도를 더 높이면서 새로운 요소를 추가하고 있다. 강렬한 고난도 아크로바틱과 대비되는 우아하고 화려한 공중곡예 ‘에어리얼 후프’(Aerial Hoop)가 추가되어 n번차 관람객들도 만족시킨다.

독특한 음악과 의상도 빼놓을 수 없다. 각 퍼포먼스마다 특별히 제작된 의상은 동화 속 캐릭터를 연상시킨다. 음악은 무대 중앙에서 라이브로 연주되는데, 1970년대 펑크와 인도와 중동·라틴 등 다양한 문화권 음악이 독창적 사운드로 어우러진다.

서커스에 광대가 빠질 수 없는 법. 언어 장벽을 뛰어넘는 몸짓과 표정만으로 관객들을 웃음바다로 만드는 광대들의 코미디는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마스트인터내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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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를 예술로 바꾸는 아티스트들

보는 사람도 아슬아슬한데 직접 허공을 날고 공중을 가르는 단원들 심경은 어떨까.

‘휠 오브 데스’에 오르는 곡예사 후안 카를로스는 "무대 위에서 한 발자국만 잘못 딛어도 치명적이지만, 바로 그 긴장감이 우리를 살아있게 한다. 관객의 숨소리까지 느껴지는 순간, 우리는 공포를 예술로 바꿔낸다"고 태양의 서커스가 지닌 매력을 설명했다.

광대 역을 맡은 배우 안드레아스는 "‘쿠자’는 웃음을 통해 인간의 순수함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음악을 맡은 키보디스트 리나 구즈만은 "다양한 장르를 혼합해 관객이 한순간도 긴장을 놓지 않도록 설계했다. 음악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캐릭터와 함께 호흡하는 또 하나의 배우"라고 강조했다.

작품의 작가이자 연출인 데이비드 샤이너는 "‘쿠자’는 사람의 소통과 이중성과 선악의 세계를 보여준다. 재미있으면서 웃기고, 가볍고 개방적인 공연은 심각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공연이 펼쳐질수록 우리는 두려움·정체성 등의 콘셉트와 마주하게 된다"고 작품의 의미를 풀고 있다.

부산에 설치된 빅탑. /마스트인터내셔널
부산에 설치된 빅탑. /마스트인터내셔널

7년 만의 귀환, 역대급 규모

2018년 첫 내한 때 3분 만에 티켓이 매진되됐던 쿠자는 이번에는 서울뿐 아니라 부산까지 규모를 확대한다. 부산에서 먼저 공연이 진행되는데, 공연장소에 설치된 커다란 텐트 빅탑이 이미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빅탑은 전통 서커스 천막 구조를 그대로 재현한 대형 이동식 텐트로 그 자체로 하나의 볼거리다. 2500석 규모의 거대한 텐트 안에는 360도 무대가 마련돼 있어 어느 좌석에서든 무대 중앙의 공연을 잘 볼 수 있다. 여기에 최첨단 무대 기술이 더해져 획기적이고 혁신적인 쇼가 완성된다.

빅탑과 함께 한국에 오는 것은 단순한 공연단이 아닌 ‘움직이는 마을’이다. 아티스트 50명을 포함해 총 115명의 관계자들이 함께 이동, 무대 설치부터 의상·음향·조명까지 모든 것을 완벽하게 재현한다. 전 세계 어디서든 동일한 품질의 공연을 보장하는 태양의 서커스만의 노하우라 하겠다. ‘쿠자’는 부산에서 8월 21일~9월 28일, 서울에서 10월 11일~12월 28일 공연된다. 

태양의 서커스 역대 내한공연
/마스트인터내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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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담(Quidam) 2007년 한국 초연 당시 17만 관객을 동원했다. ‘누군가’를 뜻하는 라틴어 제목처럼 익명의 존재들이 펼치는 환상적인 여정을 그린 공연. 알레그리아(Alegria) 변화와 희망, 힘의 이동이라는 사회적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풀어낸다. 드라마틱한 곡예와 음악, 화려한 무대가 어우러진 명작. 바레카이(Varekai) 이카루스 신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새로운 시작’과 ‘재탄생’을 주제로 한다. 다채로운 의상과 음악, 화려한 곡예가 어우러진다. 루치아(Luzia) 멕시코 전설과 신화를 바탕으로 한 쇼로 물을 활용한 무대와 아크로바틱이 특징. 라틴 문화의 정열적 에너지를 담은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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