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당이 광복 80주년을 맞아 야심차게 기획한 ‘제21대 대통령 국민임명식’이 파행을 예고하고 있다. 국민을 대표하는 80명이 이 대통령을 직접 임명하는 퍼포먼스라고 강조하지만, 정작 국민의 절반 가량을 대표하는 야당과 전직 대통령 및 영부인 등이 행사에 불참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광복절에 열리는 이 대통령 ‘국민임명식’에 불참하기로 했다. 조국당의 조국 전 대표와 윤미향 전 민주당 의원 등이 포함된 특별사면에 항의하는 차원이다. 경제에 큰 충격을 안길 것이 분명한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안 등을 정부 여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보여주기식 행사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는 명분도 내걸고 있다.
행사에 초대받은 보수 진영의 전직 대통령들도 모두 불참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건강상 이유로 불참 의사를 전달한 데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도 불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인 김옥숙·이순자 여사도 불참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이 내세우고자 했던 국민통합 메시지도 빛이 바래게 됐다.
해마다 광복절 기념식에는 각계의 상징적인 인물들과 여야 대표 등이 참석해 광복과 건국을 기념해왔다. 좌파와 우파의 구분이 없었고 여야를 가를 이유도 없었다. 이런 관행이 이재명 정부 들어서 깨진 것이다.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의 국민 통합이 더욱 우려스러운 장면이다.
국민 통합은 보여주기식 이벤트로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크고 화려한 행사를 기획하고 넓은 행사장을 사람들로 가득 채운다 해도, 거기에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다면 시간과 예산의 낭비일 따름이다. 이번 임명식에는 약 1만 명의 국민을 초청하고 ‘내가 바라는 나라’를 주제로 토크쇼를 진행할 계획이란다. 하지만 그 토크쇼에 하나의 목소리만 울려퍼진다면 ‘당신들만의 잔치’로 그칠 수밖에 없다.
지금 대한민국은 안팎으로 엄중한 위기 상황이다. 화려한 행사를 앞세워 웃고 즐길 때가 아니다. 국민 통합을 통해 나라의 위기를 극복할 생각이라면 야당과의 대화부터 시작해야 한다. 걸핏하면 내란 세력 운운하고 ‘악수는 사람과 하는 것’이라며 상대의 존재조차 부정하는 태도로 그게 가능하겠는가.
- 기자명 자유일보
- 입력 2025.08.13 14:47
- 수정 2025.08.13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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