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한국산 수입품에 대해 25%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시점인 8월 1일 이전까지 양국의 협상 타결 여부에 모든 관심이 집중됐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이 한국 측 협상 대표가 워싱턴으로 출발하기 직전 일방적으로 만남을 연기하면서 우려가 더욱 커졌다. 미국이 일본, 필리핀 등 다른 국가들에 대한 접근 방식과 분명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후 한국 정부는 8월 1일 이전 한미 무역협상을 타결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24∼25일 러트닉 상무장관을 만나 2차례 협상을 했다. 24일에는 워싱턴DC에서, 25일에는 그의 뉴욕 자택까지 찾아가 협상을 이어갔다.
두 사람의 일정은 한미 무역협상에서 핵심 인사 중 한 명인 러트닉 동선에 따라 짜여졌다. 러트닉이 트럼프를 수행해 영국 스코틀랜드로 가자 그리로 갔다가 워싱턴 DC로 이동하자 두 사람도 이동했다. 27일에는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워싱턴DC에 합류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 필리핀 양국 지도자들과의 직접 회담을 통해 일본 15%, 필리핀 19%의 상호 관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과의 협상도 일본과 유사한 15% 관세로 최종 결졍됐다.
반면 한미 협상은 심각한 불확실성이 계속된다. 주요 국가들과의 협상 타결이 이어지면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압력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협상이 어려운 상대에 대해 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다른 국가에 비해 한국에 대해 더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데는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 적자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3배로 증가했다. 미국이 불공정한 무역 관행과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 대응하려는 핵심 배경이다. 또한, 미국은 제조업 분야에 대한 한국의 추가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단순히 관세 조정뿐 아니라 미국의 산업 우선순위에 부합하는 더 높은 수준의 경제 협력을 원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일본이 관세 인하 조건으로 55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점은 한국이 그 이상의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는 압력을 더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상황은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다. 한국은 농업 분야에서의 국내 반대 여론, 특히 소고기 및 쌀 수입과 같은 민감한 문제로 인해 미국 요구를 수용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미국도 잘 알고 있다.
무엇보다 양국 간 관세 협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한미 동맹에서 한국의 전략적 안보 역할이다. 미국의 최근 관세 조치는 경제적 수단을 지리적 전략적 목표 달성을 위해 활용하려는 미국의 광범위한 전략을 반영한다. 이는 한국이 방위비 지출을 늘리고 미국 에너지 및 제조업 정책을 지원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포함한다.
안보 동맹과 관세 협상 간 상호작용은, 성공적인 협정이 경제적 지표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 신뢰와 장기적인 지정학적 안정을 고려해야 함을 보여준다. 이에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은 경제적 안보적 외교적 요소를 통합한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과도한 압력은 한국의 민족주의적 반발을 유발하고 무역과 안보 분야에서의 협력을 복잡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은 전통적인 무역 협상을 넘어 인공지능 및 첨단 제조업 등 분야로 확장된 포괄적인 경제·안보 협력 강화를 원하고 있다. 미국의 주요 아시아 동맹국으로서 한국의 역할은 양국 관세 협상에 핵심적 영향을 미친다. 이는 경제적 이해관계와 전략적 동맹 사이의 균형이라는 난제로 작용하고 있어 이후 전망을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