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어두워진 관세 협상 전망
청년 일자리는 또 감소 추세
한국 경제가 두 가지 악재를 만났다는 진단이 나온다. 대미 관세 협상의 전망이 어두워졌다는 점과 청년 일자리 감소 추세로 인해서다.
기획재정부는 24일 "미국과 예정되었던 7월 25일 ‘2+2 협상’은 미국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긴급한 일정으로 인해 개최하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출국 직전 취소 소식을 듣고 인천국제공항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외교가에서는 중대한 국가 일정을 불과 이틀 앞두고 장관 한 사람의 일정을 이유로 연기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본다.
통상 전문가들은 한미 간 관세 협상에 이상 기류가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미 2+2 통상협의를 한국 산업의 사활이 걸린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경제계의 우려는 크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22일(현지시간) 일본과 인도네시아, 필리핀과 무역 합의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날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를 15%로 합의했다. 기존 예고됐던 25%에서 10%p 낮아진 것이다. 자동차 품목 관세 역시 기존 25%에서 12.5%로 낮아졌다. 기존 일본산 자동차에 붙던 관세 2.5%를 합쳐 최종 15%가 됐다.
인도네시아 역시 기존에 미국이 부과하기로 한 상호관세율 32%를 19%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 필리핀은 기존 예고된 상호관세율 20%에서 1%p 낮춘 19%로 합의했다.
일본이 영국(10%)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관세율을 받아냈지만, 쌀을 비롯한 일부 농산물과 자동차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 달러(약 759조 원)에 이르는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는 점에서 한국에는 큰 부담이라는 게 통상 전문가들의 다수 의견이다.
한국이 대미 최대 수출품인 자동차에 대해 일본과 같은 수준에서 협상을 타결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설사 그런다고 해도 그간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였다는 점에서 한국 상품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더욱이 한국은 일본과 같은 대규모 대미 투자 펀드 조성이 어려운 형편일 뿐 아니라 정부가 국내 농축산 농가의 반발을 무릅쓸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점에서 쌀 및 쇠고기 시장 개방도 협상 카드로 내밀기 쉽지 않아 일본보다 불리한 조건에 처해 있다는 진단이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에 따르면 국내 수출기업 10곳 중 9곳은 미국의 관세율이 15% 이상 오르면 경영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한경협이 지난 11일 발표한 ‘2025년 하반기 수출 전망 조사’에서 하반기 수출이 감소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의 92%가 "미국의 관세 인상률이 15%가 넘을 경우 감내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 비상벨이 울리는 것이다.
여기에 청년 일자리가 감소 추세에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통계청은 24일 15~29세 청년의 고용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미취업 기간이 3년을 넘긴 청년 비중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25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청년 고용률은 46.2%로 1년 전보다 0.7%포인트 감소했다. 연령별 고용률을 보면 15~19세(6.3%), 20~24세(45.8%)에서 각각 1.1%포인트, 0.7%포인트 떨어졌다. 25~29세(72.7%)는 지난해와 동일했다.
경제학자들은 그냥 쉬었다는 청년이 증가하는 추세에 주목한다. 경제활동인구조사 때 특정한 사유 없이 취업이나 진학 준비를 하지 않고 ‘쉬고 있다’고 응답한 청년 비경제활동 인구를 의미한다.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을 했는데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실업자와는 구분되며 이들은 실업률 통계에 잡히지 않아 고용률 통계의 착시 현상을 부를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월 15~29세 중 ‘쉬었음’ 청년은 50만 4000명으로, 2003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 조사에서 청년들이 쉬는 이유로 가장 많이 꼽은 항목은 ‘적합한 일자리 부족’이었다. 일자리 부족의 가장 큰 요인은 기업의 투자 위축 또는 생산기지 해외 이전이다.
이런 가운데 상법 개정, 노란봉투법 강행, 법인세 인상 등 민주당의 반기업 입법 폭주는 계속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24일 연합뉴스TV에 출연,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법인세를 21%에서 15%로 낮추어 제조업 강국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점, 한국 기업이 미국 베트남 등지로 이전하는 사실 등을 언급하며 정부 여당의 반기업 입법 폭주에 아쉬움을 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