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민
이정민

‘민생회복 소비쿠폰’이라는 이름 아래 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대규모 현금성 지원이 시작됐다.

이틀 만에 1428만 명이 신청했고, 무려 약 2조5860억 원에 달한다. 현금이 뿌려질 때마다 누군가는 ‘소고기’를 사먹고 박수를 치며 혜택을 체감할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이 돈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가?

결국 정부는 세수가 부족하다며 ‘법인세 인상’ 카드를 다시 꺼내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신임 기획재정부 장관의 입을 통해 윤석열 정부 시절 낮췄던 법인세율을 다시 원상 복귀시키겠다는 입장을 시사하고 있다. "부자 감세를 되돌린다"는 명분이 동원되고 있지만, 사실상 기업에 대한 조세 부담을 높여 정치적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이 접근법이 경제 현실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이다. 현 정부는 한편으로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현재의 코스피 3000까지는 개인투자자들의 ‘동학개미’ 운동이 큰 역할을 했다면, 5000 시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도약이 필요하다. 상장 기업들의 소위 ‘어나더 레벨’이 요구된다. 이는 기업이 혁신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수출을 견인하며 이익을 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그 주역인 기업의 발목을 세금으로 잡겠다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지금도 고금리·고환율·고원자재의 ‘3고’ 위기 속에서 국내 기업들은 구조조정과 비용절감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과의 관세 문제도 잠재하고 있다. 법인세 인상은 투자의욕을 꺾고 고용을 축소시켜 시장 경쟁력 약화를 부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은 기업의 투자 유인을 높이기 위해 법인세를 낮추는 추세다. 이 흐름에 역행하는 한국의 조세 정책은 투자자 이탈과 자본의 탈한국을 초래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재정정책이 아니라 정치적 포퓰리즘의 일환이라는 점이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소비쿠폰 지급은 분명 인기를 얻기 쉬운 정책이다. 그러나 그 재원을 고스란히 기업에서 회수하려는 시도는 ‘눈앞의 표’와 ‘미래의 성장’을 맞바꾸는 선택이다. 이것은 정치가 경제의 생태계를 거스르고 있다는 명백한 신호다.

민주당은 법인세 인하로 인한 선순환 효과가 없었고 세금만 대폭 감소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의 법인세수 감소는 법인세 인하 때문이 아닌 경기침체가 원인이다. 매출을 늘려야 세수가 증폭된다. 기업의 성장 여건을 스스로 악화시키면서 국가가 지속 가능한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거라 믿는 건 착각이다.

세금을 걷어 돈을 나눠주는 구조는 결국 재정의 거품을 만들고, 정치의 수명만을 연장할 뿐이다. ‘기업 때리기’가 아닌 ‘기업 살리기’에서 민생 회복의 해답을 찾아야 한다. 기업은 민심 달래기의 마중물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저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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