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는 "노란봉투법 시행시 한국서 철수할 수도 있다"며 법안 재검토를 촉구했다. ECCK가 지난 2023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ECCK 규제 환경백서 2023’ 발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노란봉투법’이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듯 이례적으로 주한외국기업 단체도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유럽계 기업 400여곳이 가입해 있는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는 국회에서 추진 중인 ‘노란봉투법’이 시행될 경우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며 법안의 재검토를 요구했다. ECCK는 28일 낸 입장문에서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법적 책임 범위를 추상적으로 넓힘으로써 법률적 명확성, 특히 법치주의 원칙에서 명확성 요건을 훼손한다"며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게 부과되는 다수의 형사처벌 조항을 고려하면, 모호하고 확대된 사용자 정의는 기업인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만들고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외투기업들은 노동 관련 규제로 인한 법적 리스크에 민감하다"며 "예를 들어, 교섭 상대 노조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교섭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 위험에 직면할 경우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CCK는 또 "사용자 범위 확대가 원·하청 간 갈등을 심화하고, 하청업체 근로자의 파업 증가 및 원청의 책임 부담 확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며 "지나치게 넓은 사용자 범위는 하도급 생태계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법적 예측 가능성을 약화하며, 노사 간 건설적 대화보다 대립과 투쟁을 우선시하는 노동 문화를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노동조합법 개정안 제2조가 현재와 미래 세대의 고용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는 바, 개정안의 재검토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경영계의 노사관계 업무를 담당하는 경총은 28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강행 처리된데 대해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한다"며 "지금이라도 국회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의 일방적인 강행 처리를 중단하고 노사 간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이 법안이 가져올 산업현장의 혼란에 대해 다시 한번 숙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기업의 투자 결정, 사업장 이전, 구조조정 등 사용자의 고도의 경영상 판단사항까지 단체교섭·쟁의행위 대상이 된다면 기업들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산업환경에 대처하기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주목받고 있는 조선업을 비롯해 자동차, 철강업종이 다단계 협업체계로 구성된 상황에서 노조법 개정으로 하청노조의 파업이 빈번하게 발생하면 산업생태계의 붕괴와 함께 일자리 감소 등 우리 산업 경쟁력은 심각하게 저하될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경총은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이 근로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해 손해배상액의 상한을 시행령에서 별도로 정하고 급여도 압류하지 못하도록 국회에 대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했다"면서 "경영계의 적극적인 대안을 여야가 심도 있게 논의해 수용해 줄 것을 간곡하게 호소한다"고 요청했다.

한편,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범위를 넓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노조나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경영계는 이 법안의 내용이 모호해 산업현장에서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고, 대립적인 노사관계를 더 악화시킬 수있다는 점에서 적극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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