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지명의 여파가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에서 갑자기 ‘갑질 자정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 정서와 딴판으로 후보 감싸기에 급급해하던 당내 분위기가 돌변한 이 상황에 대해 보좌진들은 되레 불만을 표하고 있다.
일단 강 후보 비판에 대해 ‘마녀사냥’이라는 했던 양이원영 전 의원이 22일 밤 페이스북에 올린 자기 고백성 글이 눈길을 끈다. 양이 전 의원은 "21대 국회의원실 중에서 저희 방이 갑질 원탑 방이라고 일컫는 것에 미안한 마음"이라면서 "국회의원 끝나고 보니 온통 후회스럽고 부족하고 미안한 것뿐"이라고 썼다.
현역 의원들은 그야말로 ‘갑자기’ 태도를 바꾸며 갑질 제도 개선을 위한 결의까지 밝히고 있다.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의원은 노골적으로 강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있기고 하다.
이소영 의원은 SNS를 통해 "5년간 국회 생활을 하며 저도 모르게 상처를 준 적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말을 아껴왔다"며 "그럼에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오래된 관행이 존재한다면, 모든 의원이 각성해 제도 개선을 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 의원은 강 후보자를 감싸는 당내 분위기에 대해 "노동 감수성을 강조해온 우리 당에 걸맞지 않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김남희 의원은 "저 자신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된다. 문제의 핵심은 함께 일하는 사람에 대한 존중"이라고 강조했다. 최민희 의원은 "현재 제기된 문제와는 별개로 보좌진 노동권과 처우개선을 위한 법안을 마련해 보자고 비서관에게 제안했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이런 분위기에 보좌진들은 오히려 불편하고 못마땅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23일 한 민주당 보좌진은 "참 얄팍하다. ‘나는 양심이 있어요’라며 강 후보자를 지적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거냐"며 한탄했다.
한 전직 보좌진도 "도둑이 제 발 저린 꼴"이라며 "이러다가는 장관 하고 싶은 전·현직 의원들이 앞으로 줄줄이 갑질 고백을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한 민주당 의원도 보좌진들의 입장에 가세헤 "본인들이 잘하면 될 일이지, 보좌진에게 맨날 짜증 내기로 유명한 분들이 보좌진 인권을 말하고 있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이런 가운데서도 민주당 주류에서는 강 후보자 임명을 옹호하는 입장에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전날 의원과 보좌진을 ‘동지적 관계’라고 발언해 논란을 샀던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는 23일에도 "강 후보자의 보좌관 갑질을 옹호한 것은 아니다"라며 "보좌관이 일반 직장인과 다르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박상혁 수석대변인도 유튜브 방송에서 "강 후보자는 여러 학문적 전문성, 국회 의정활동 경험 등에서 강점을 가졌다"며 "마음이 상한 분들에 대해 본인의 사과도 있었고, 원내지도부에서는 일관되게 임명하는 게 맞겠다고 판단했다"고 두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