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율주행 양대 산맥...구글 웨이모 VS 테슬라 로보
6월 말 현재 가장 뜨거운 이슈는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 로보택시다. 27일(현지시간) 테슬라는 텍사스 오스틴 공장에서 갓 조립된 차량이 운전자 없이 스스로 공장을 출발해 고속도로를 달리고 도심을 거쳐 고객의 집까지 완벽하게 자율주행으로 도착했다고 발표했다. 이 성공을 눈여겨봐야 할 이유는 단지 자율주행 때문만이 아니다. 현실세계 적용에 성공한 피지컬 AI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머스크 "완전한 자율주행 성공"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27일(현지시간) 자신의 X(옛 트위터)를 통해 "차 안에는 전혀 사람이 없었고, 어느 순간에도 원격 조종으로 통제되지 않았다"면서 "완전한 자율주행!"이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테슬라의 첫 자율주행 인도는 AI와 로봇공학이 이 회사의 미래라는 머스크의 베팅을 강조한다"고 평가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언론들은 여전히 구글의 자율주행 ‘웨이모’보다 2년 정도 뒤처졌다고 본다. 카메라만 장착하고 다니는 테슬라가 온갖 센서를 장착하고 다니는 웨이모를 어떻게 이기냐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이에 테슬라는 ‘카메라 접근 전략은 기술적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응수하고 있다.
그렇다면 구글의 웨이모와 테슬라의 로보택시 운행 방식은 어떻게 다르고 어떤 쪽이 더 ‘미래적’인지 비교해 보자.
구글 웨이모와 테슬라 로보
구글 웨이모의 자율주행은 기존 내비게이션과 GPS를 훨씬 더 정교하게 만들어 운행하는 방식이다. 현재 지도를 고해상도 디지털 맵으로 변환(HD맵)하고 라이다(LiDAR:빛 탐지 및 거리 측정의 약자. 3차원 공간 정보를 인식하는 기술) 센서를 추가했다.
그래서 웨이모 차량을 보면 지붕에 잠수함처럼 웃기게 생긴 뚜껑과 차량 앞, 뒤 그리고 옆으로 온갖 센서들이 붙어있다. 장점은 어떤 차량이든 저 센서들을 부착하면 자율주행이 된다는 것이고 단점은 디자인적으로 매우 볼품없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테슬라는 전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테슬라 차량에 기본적으로 장착돼 있는 8개의 카메라 센서를 통해 자율주행을 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자율주행 시스템은 인간을 통한 운전이다. 인간은 두 눈으로 들어온 시각 정보를 뇌로 처리하고 판단해 운전한다. 테슬라는 인간의 시각 정보 처리 방식을 모방했다. 그들은 인간의 눈 2개보다 6개 많은 8개의 카메라와 인간의 뇌보다 연산 작용이 빠른 AI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테슬라가 웨이모보다 더 우월한가?’라는 질문에는 쉽게 답하기 어렵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로서는 비교할 수 없다.
구글은 맵 기반, 테슬라는 카메라 기반
웨이모는 고정밀 HD맵 변환이 완료된 특정 지역 내에서는 테슬라보다 훨씬 좋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HD맵이 구축되지 않은 초행길에서는 완전자율주행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하다. 또 공사 등으로 인해 도로 형태가 변경되면 HD맵의 정보와 실제 환경 간 불일치가 발생해 대응하기 어려워진다.
웨이모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용량이 매우 큰 HD맵 로딩을 위해 빠르고 안정적인 통신망이 필수다. 만약 통신이 원활하지 않으면 자율주행 시스템 전체가 마비될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AI는 1만 개가 넘는 엔비디아 GPU로 구성된 슈퍼컴퓨터로 전 세계 테슬라 차량에서 수집된 방대한 실제 주행 데이터를 통해 끊임없이 훈련되고 있다. 문제는 고해상도 카메라 8대에서 수집되는 영상 데이터 용량이 너무 크다는 것. 방대한 시각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만 해도 엄청난 연산량이 필요한데, 여기에 레이더나 라이다 같은 센서 정보를 추가 융합하려면 서버의 연산 부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된다. 그래서 테슬라는 레이다나 라이다를 쓰지 않는 것이다.
구글 데이터 6500만km, 테슬라 16억km
테슬라의 가장 큰 장점은 전 세계 500만 대가 넘는 테슬라 차량이 매일 실시간으로 현실세계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 여러가지 조건의 도로를 누비고 다니는 테슬라 차량이 수집하는 방대한 데이터가 결국 AI를 완성시키고 있다. 웨이모가 실험실 속에서 완벽한 주행을 하더라도, 폭설 속 시골길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고라니를 마주친 테슬라의 데이터를 따라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웨이모가 연 6500만 km의 데이터를 쌓았다고 하지만 테슬라 차량들의 누적 주행 데이터는 16억km를 돌파 중이다. 비교 자체가 무안할 정도의 데이터 양이다. 실제 도로에서의 데이터는 세계에서 경쟁자가 없다고 봐도 된다.
현재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 지오펜스(구동가능구역)는 웨이모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테슬라의 장점인 어디서든 적응할 수 있는 비전 신경망으로 웨이모보다 훨씬 빠르게 전 세계로 확장 가능하다.
일반 택시요금의 4분의1
미국 언론과 정치계 쪽에서는 테슬라의 로보택시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들이 나오고 있다. SNS에서 공개된 탑승 영상 중에는 중앙차선을 넘어 역주행하는 영상도 올라오고 있다. 이러다 테슬라가 망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곳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한동안 테슬라 주가가 내려가기도 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오직 한 가지를 본다. 무사고라는 점이다. 이런저런 말들이 많아도 웨이모처럼 확실하게 100% 학습된 구역에서 운행된 것이 아니라 진짜 실전을 보여준 점이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테슬라의 모든 차량에는 완전자율주행을 위한 카메라 하드웨어가 기본적으로 탑재돼 있다. 이 기술이 충분히 성숙했다는 것이 증명되고 각국의 법적 규제가 정비된다면, 전 세계 수백만 대 테슬라 소유주들은 별도의 인프라 구축 없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완전자율주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또다른 테슬라의 경쟁력은 가격이다. 최근 정식 주행을 시작한 로보택시 요금은 단 4.2달러(약 5800원). 통상적인 택시 가격보다 4분의 1 정도로 저렴하다. 머스크는 로보택시에는 운전기사가 없어 인건비 절감으로 택시 요금을 낮출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테슬라 AI 목표는 옵티머스 로봇 두뇌
머스크는 완전자율주행을 통해 개발된 AI는 운전을 위한 AI가 아니라고 처음부터 강조했다. 현실세계와 작용하는 피지컬 AI라는 것이다.
구글이 알파고를 만들었을 때 ‘바둑이나 두라고 만들었다’고 착각하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테슬라 AI의 진짜 목표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의 두뇌일 것이다. 그들에게 자동차 사업은 일반인공지능(AGI)을 위한 데이터 수집 도구에 불과할 수 있다.
완전자율주행 개발을 통해 축적된 강력한 비전 인식 능력과 실시간 데이터 처리 기술 등은 옵티머스의 핵심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언론과 정계에서 까내리고 비판해도, 전문가들과 주주들은 머스크의 이런 비전을 보고 기대하고 투자하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말했다. "미래가 그냥 일어나는 것을 지켜볼 수도 있었지만, 나는 차라리 그 미래의 일부가 되는 것을 선택했다."
역사는 안정적인 삶을 살았던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바뀌지 않았다. 미쳤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간 괴짜나 돌아이들에 의해 역시는 새로 쓰여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