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90세까지만 해도 노화를 못 느꼈어요. 하지만 한번 늙기 시작하면 돌이킬 수 없죠."
전설적인 투자자로 통하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14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은퇴 심경을 이렇게 밝혔다. 90대에 접어들면서부터 체력이 달라지는 걸 느꼈고 후임인 그레그 에이블 버크셔 비보험 사업 부문 부회장이 여러 면에서 자신보다 낫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버핏은 최근 들어 가끔씩 신체적 균형을 잃기도 했고 누군가의 이름을 떠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을 읽을 때도 시야가 흐릿해졌다는 게 버핏의 설명이다.
오는 8월이면 95세가 되는 버핏은 평생 매일 355㎖ 분량의 코카콜라를 5개씩 먹는 등 건강한 식단과 거리가 먼 식습관으로 화제를 모았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식사를 해결하거나 체리 시럽과 견과류를 곁들인 선데 아이스크림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버핏은 "행복은 장수에 있어서 엄청난 차이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이런 음식을 먹을 때 더 행복하다"며 행복감을 자신의 장수 비결로 꼽곤 했다.
고령에도 늘 건강한 모습으로 버크셔의 경영 일선에 서 왔던 만큼 버핏의 깜짝 은퇴는 시장에 놀라움을 안겼다. 앞서 지난 5일 버크셔 해서웨이 이사회는 2026년 1월 1일자로 에이블을 차기 사장 겸 CEO로 임명하기로 했다.
버핏은 후계자인 에이블과의 업무 수행 속도에서 차이를 느끼면서 은퇴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버핏은 "하루 10시간 동안 에이블이 해내는 업무량과 내 업무 능력은 점점 더 극적으로 벌어졌다"라며 "에이블은 일 처리와 경영 전반에서 훨씬 더 효율적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버크셔가 에이블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 좋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버핏은 지난 60년간 지켜왔던 CEO 자리에서는 물러나지만 버크셔 이사회 회장으로는 계속 남을 예정이다. 올해 남은 기간 CEO로서의 역할을 그대로 소화하고 은퇴 후에도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의 사무실에 계속 출근한다는 계획이다. 아직은 건강 상태와 컨디션이 양호하고 투자 안목도 여전하다는 것이다.
"20년 전이나 40년 전, 60년 전에 결정을 내렸던 것처럼 지금도 결정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습니다. 시장에 공황이 닥치더라도 나라는 존재는 도움이 될 것입니다. (주식) 가격이 떨어지거나 다른 사람들이 겁을 먹을 때 저는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죠. 그건 나이와는 전혀 상관없는 문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