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반전의 극적 드라마는 일찍이 없었다. 대부분 한덕수가 김문수보다 대중적 지지도가 높을 것으로 생각했고, 국민의힘 지도부도 그렇게 믿고 대선을 코 앞에 두고 정당사에 없었던 ‘선수 교체’를 밀어붙였으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정반대였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경선을 통해 선출된 당의 공식 대선후보인 김문수 후보의 후보 자격을 취소하고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로 교체하기 위해 이 안건을 당원투표에 부쳤으나 부결되어 김 후보가 기사회생했다.
뚝심의 김문수가 반전 드라마를 쓰며 노동운동 당시 투사의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평가와 함께 김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비해 열세에 처해 있는 대선 판세를 뒤집을 동력을 얻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를 진행하고 기자들과 만나 "당원투표 부결로 비대위 관련 결정이 무효화 됐다"며 "김문수 후보의 대통령 후보 자격이 즉시 회복됐고 내일 공식 후보 등록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새벽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김 후보의 선출을 취소한 데 이어 새로운 후보 지명을 위한 당원투표를 의결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시도는 당원들의 반대에 부닥쳐 단일화를 둘러싸고 벌어진 김 후보 측과 당 지도부 간 내홍은 김 후보의 반란 진압 모양새로 일단락되었다.
이에 따라 심야에 무리하게 ‘강제 후보 교체’를 밀어붙였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등 당 지도부는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했다. 권 위원장은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세우기 위한 충정으로 당원 뜻에 따라 내린 결단이었지만, 결국 당원 동지 여러분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며 "절차와 과정의 혼란으로 당원과 국민에 심려 끼친 점을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그러면서도 "당원 동지 여러분께서 우리 당이 이재명의 독재 막아내고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힘 모아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짧은 기간 어려운 시기에 저와 함께 노력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했다.
김 후보는 이날 밤 한 후보로 당의 대선후보를 교체하는 안건이 당원투표에서 부결된 직후 "이제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혁신으로 승리의 터전이 되겠다. 이제 새롭게 앞으로 위대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11일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21대 대통령 후보 등록을 하고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할 태세를 마쳤다. 김 후보는 "그동안 여러 가지로 걱정해 주신 국민과 당원 동지 여러분께 감사하다"며 "이번 대선은 특별히 우리 대한민국의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들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중요한 대통령을 뽑는 선거로, 제가 그 후보로 등록하게 되어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김문수 후보가 기사회생하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당내 반란을 진압한 그 기세로 국가 변란 세력도 진압해 줄 것을 기대한다"는 소리가 나왔다.
이재명 후보의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과 이 후보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던 10명의 대법관을 탄핵하겠다며 사법부를 압박하는가 하면 이 후보 재판을 없애고 범죄를 처벌하지 않는 내용의 위헌적 입법을 밀어붙이는 행태를 국헌을 무너뜨리려는 변란으로 규정하며 이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김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간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가 집권에 성공할 시 입법부에 이어 행정부와 사법부까지 한 손에 쥐는 절대권력이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줄곧 제기되어 왔다.
따라서 김 후보와 국민의힘은 잠재 성장률 제로를 걱정해야 할 우리 경제에 어떻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인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한편 절대권력의 등장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지 일깨우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