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복궁역 교차로 인근에 걸린 현수막 내용에 잔뜩 화가 난 사람들이 있다. 현수막에는 "중국 유학생은 100% 잠재적 간첩"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SNS에 현수막 사진이 공개되자 이를 게시한 주체뿐만 아니라 한국까지 싸잡아 비난하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지난 14일 CBS 노컷뉴스는 해당 현수막에 대해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중국 유학생은 간첩"이라는 현수막이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교차로 인근에 게시되자 종로구청에는 이날까지 6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혐오·비방 문구가 포함됐다"는 내용의 신고였다고 한다.
이 현수막은 충청도를 기반으로 한 우파정당 ‘내일로미래로’가 게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일로미래로’의 박석우 대표는 과거 김종필 전 총리, 이회창 전 총리의 신당 창당에 관여한 바 있는 우파 정치인이다.
매체는 현수막을 두고 "일부 극렬 윤 전 대통령 지지자 사이에서는 지난 총선 과정에서 중국의 개입으로 부정선거가 이뤄졌다는 설을 중심으로 반중정서가 확산됐는데, 해당 현수막도 이를 자극하는 내용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대다수 시민은 현수막 내용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SNS에서는 현수막을 비난하는 댓글이 적지 않다.
특히 눈에 띠는 댓글은 "이런 플래카드 거는 게 어떻게 허용되지? 인간들 미친 거 같다" "중국 없으면 무너질 나라에서" "한국인들 진짜 왜 이렇게 거만하고 쳐나대는지 모르겠다. 중국이 한국보다 선진국인데 X만한 한국이 중국을 영원히 깔봄" "중국 강대국인데 주제 파악을 해야지 맨날 중국 때문에 그렇다 이러는 게 생각 없는 거지" 등이었다.
이런 댓글은 한국을 폄하하면서 중국을 과대평가하는 뉘앙스가 공통적이었다. 일부 댓글은 2016년 12월 우리나라를 찾아와 정부 관계자와 대기업 경영진들에게 "소국이 대국에게 대항해서 되겠느냐"는 망언을 했던 중국 외교부의 망언을 떠올리게 하는 수준이었다.
이외에 "아무리 중국이 싫어도 저렇게 중국 건들이면 큰일 날 텐데"라거나 "지금 중국 유학생들 요식업 알바 안하면 가게들 전부 문 닫아야 할 판인데 간첩이라고?"라는 수준의 댓글도 있었지만 "저러다 미군철수하고 전쟁나면 집단학살 당할 듯"이라는 댓글도 있었다.
한편 신고를 접수한 종로구청은 현수막에 대한 조치를 위해 종로구 선거관리위원회에 질의를 했다고 한다. 옥외광고물법 제8조에서 규정한 ‘통상적인 정당 활동으로 보장되는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한 현수막’인지 판단을 받은 뒤에 조치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현수막 문구가 과격한 측면은 있지만, 국민적 정서를 완전히 벗어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공항, 공군 활주로와 해군 기지, 국가정보원 등 각종 보안시설을 드론으로 몰래 촬영하다 적발된 중국인들, 현역 군인을 포섭해 한미연합훈련 기밀을 빼내려던 중국 간첩과 같은 사례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야당의 반대로 간첩법 개정을 하지 못하는 데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나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