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인용한 뒤 발표되는 여론조사들 가운데 실제 여론이 맞는지 의심스러운 조사 결과도 눈에 띤다. 특히 한국갤럽의 최근 여론조사는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를 위한 여론몰이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다른 조사와 차이를 보인다.
한국갤럽이 뉴스1 의뢰로 지난 6~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 절대다수가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지하는 듯 보인다. 국민의힘 잠룡들과의 양자 대결에서 이 전 대표가 모두 50% 이상 지지율을 얻어 압도했다는 것이다.
우선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의 양자 대결에서 이 전 대표는 55%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김문수 전 장관은 35%를 얻는 데 그쳤다. 홍준표 대구시장과의 대결에서도 이 전 대표는 52%를 얻었다. 홍 시장은 36%에 불과했다.
안철수 의원과의 대결에서 이 대표는 51%를 얻는다고 나왔다. 안 의원은 34%를 얻는 데 그쳤다.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대결에서도 이 전 대표는 52%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 시장은 37%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헌 문제로 국민의힘 소속으로의 출마가 불확실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대결에서도 이 전 대표는 51%를 얻었다. 한 전 대표는 31%에 그쳤다.
이 여론조사 결과는 윤 대통령 파면 이후 기성언론들의 보도 내용과 비슷했다. 하지만 눈에 띠는 부분들이 몇몇 보였다.
우선 부동층 또는 무당층의 응답이다. 무당층에서는 이재명-김문수 양자 대결 시 35%가 이재명을, 27%가 김문수를 택했고, 이재명-홍준표 대결 시 28%가 이재명을, 34%가 홍준표를 택했다. 그런데 이재명-유승민 대결 시에는 25%만이 이재명을 택하고, 35%가 유승민을 택했다는 것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국민의힘 지지층에게는 김무성 전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 함께 ‘배신자’로 불리고 있다. 정치에 별 관심이 없거나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유 전 의원의 인기는 이준석 의원이나 한동훈 전 대표만큼 낮은 편이다.
두 번째는 개헌에 대한 응답이다. 윤 대통령의 계엄령 이전인 지난해 11월까지 나왔던 개헌 관련 여론조사에서 60% 이상의 국민이 "만약 개헌을 해야 한다면"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대통령 4년 중임제 응답이 45%에 불과했다.
반면 윤 대통령 파면 전까지 10%에도 훨씬 미치지 못했던 의원내각제 개헌 찬성이 16%, 대통령은 외교·국방 등만 맡고, 나머지는 총리가 맡는 ‘분권형 대통령제(이원 집정부제)’ 찬성이 16%로 나왔다. 사실상 내각제 형태 지지자가 32%나 된다는 결과다.
세 번째는 ‘보수·중도층의 국민의힘 이탈 기류’라는 결론이다. 그런데 자신을 ‘보수’라고 답한 응답자 가운데 국민의힘 지지자는 65%인 반면 민주당 지지자는 16%였다. 소위 ‘진보’라고 답한 응답자는 75%가 민주당을 지지했다.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5%에 불과했다. 자신을 ‘중도 성향’이라고 답한 사람 가운데는 47%가 민주당을 지지했고, 19%만이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즉 좌파인 사람이 자신을 중도·보수라고 응답해도 가려낼 수 없는 현행 여론조사의 한계가 원인일 수 있지만, 좌파 진영이 조직적으로 자신을 ‘중도층’이라고 답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여론조사 결과가 ‘오염’되는 현상이 빚어진다.
